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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베조스의 저가형 EV '슬레이트 오토'.. 시장 흔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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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벗는 베조스의 저가형 EV '슬레이트 오토'.. 시장 흔들까

3600만원대 2인승 전기 픽업.. 4월말 차량 공개 행사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5-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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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에서 비밀리에 성장해 온 한 신생 자동차 회사가 마침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고, 조용히 작동하며, 곧 시장에 충격을 던질 잠재력을 지닌 이 회사의 뒤에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심층 보도를 통해, 제프 베조스가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라는 미시간 기반의 비밀 전기 자동차(EV)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기존 EV 제조업체들의 성장 전략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매우 공격적인 목표와 독특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슬레이트 오토는 고가 프리미엄 모델부터 시작하는 대신, 약 2만5000달러(약 3600만원)의 저렴한 2인승 전기 픽업 트럭으로 시장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테크크런치는 익명의 내부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베조스·아마존 임원 '리빌드 매뉴팩처링'에서 태동


슬레이트 오토는 최소 2022년부터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는 베조스와 전 아마존 임원들이 주도하는 제조 스타트업 '리빌드 매뉴팩처링(Re:Build Manufacturing)'에서 시작됐다. EV 전문 뉴스 사이트 일렉트렉(Electrek)에 따르면, 슬레이트 오토는 상당한 규모 자금과 200명에서 500명에 이르는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기존 자동차 회사 출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놀라운 점은 채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확인된 링크드인(LinkedIn) 페이지에는 45개 채용 공고가 게시되어 있어, 회사의 공격적 확장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슬레이트 오토는 내년 인디애나에 있는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슬레이트 오토는 철저한 스텔스 모드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실망스러울 정도로 모호한 공식 웹사이트엔는 추상적인 문구만을 내걸고 있어, 대중의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기존 성장 전략과 '정반대'… 저가형 EV로 승부


슬레이트 오토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일반적인 성장 전략과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Tesla)를 필두로 루시드(Lucid), 리비안(Rivian) 등 대부분의 후발 전기차 업체들은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을 먼저 출시하여 연구 개발 및 생산 설비 투자 비용을 충당하고, 점차 대중 시장을 겨냥한 저렴한 모델을 선보이는 전략을 택해왔다. 테슬라 역시 고급 모델 S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후, 대중적인 모델 Y를 출시하며 성공적인 성장 궤도를 밟았다.

하지만 슬레이트 오토는 목표 가격 2만5000달러의 2인승 전기 픽업 트럭으로 곧바로 저가형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신차 중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파격적인 가격이다. 슬레이트 오토가 연방 정부 7500달러(약 1000만원) 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 가격대라면 보조금 없이도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만5000달러 미만의 차량 시장에서 거의 손을 뗀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의 경제 상황, 높은 인플레이션, 고금리 등으로 인해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면서, 자동차 회사들은 이들을 겨냥한 고가 모델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 정책 역시 이러한 추세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러한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저가형 모델 개발 계획을 취소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전기차로 전환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더욱 저렴한 차량을 생산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EV는 배터리, 모터, 서스펜션, 스티어링 등 주요 부품을 통합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어, 부품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GM은 약 3만5000달러의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30만 달러가 넘는 캐딜락 셀레스틱에 상당수의 동일 부품을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서 저렴한 EV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테슬라조차 지난해 슬레이트 오토의 목표 가격대와 유사한 모델 2 개발 계획을 포기한 바 있다.

4월 말 베일 벗는다… 게임 체인저 될까


현재까지 슬레이트 오토의 구체 계획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조만간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최근 언론에 4월 말로 예정된 차량 공개 행사에 초청장을 발송했다. 과연 제프 베조스의 지원을 받는 슬레이트 오토가 기존의 틀을 깨고 저가형 EV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델을 선보이며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까?


이정태 글로벌모빌리티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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