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의 정통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가 부분변경을 거쳐 2025년형 신형 모델로 돌아왔다. 오프로더로서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실내외 디자인과 디지털 기능에서 한층 진화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렇다면 궁금했던 가격은? 520만원이 올랐다. 그동안의 환율, 업그레이드된 장비 목록 등을 따진다면 어련히 마케팅 전문가들이 알아서 책정했을 터다.
시승차는 최상위 트림인 루비콘 모델로,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 성능과 실용성을 겸비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앞서 살펴본 디자인은, 기존 글래디에이터의 박스형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전면부에 더욱 정제된 디테일이 적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얇아진 세븐 슬롯 그릴과 새롭게 적용된 스텔스형 윈드실드 안테나는 외관을 깔끔하게 다듬으며 기능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개선했다. LED 시그니처 라이트와 3D 형태의 테일램프, 조명이 들어간 로고 등은 전통성과 현대성을 동시에 반영한 요소며, 변화한 랭글러와 같은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실내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중앙에 위치한 12.3인치 터치스크린은 반응 속도와 그래픽 품질이 향상됐고, 최신 유커넥트 5(Uconnect 5)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티맵(TMAP) 내비게이션까지 기본 지원해 편의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 역시 브랜드의 최신 트렌드에 부응하는 요소들이다.
전동 조절 시트는 마사지 기능까지 포함돼 장거리 주행에도 피로감이 적다. 2열 공간 역시 무릎과 머리 공간이 충분해 성인 두 명이 탑승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타스만의 TV광고가 계속 귀에 거슬리기는 하나, 뒷좌석을 위해서 차를 산다면 픽업트럭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대신, 시트 하단에는 마찬가지로 적재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실용성을 더했다. 픽업 본고장의 미국에서 탄생한 만큼 활용성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해뒀다.
신형 글래디에이터는 3.6ℓ V6 펜타스타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85마력, 최대토크 36.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일단 출력 자체는 합격점이다. 랭글러처럼 다운사이징 엔진을 적용한 것도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만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준비됐다. 본격 시승에서 스티어링의 감도는 차체 무게가 제법 느껴지는 정도였고 의외로 고속 안정성도 뛰어난 편이었다. 조향은 다소 묵직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예리한 회전보다는 직진과 오프로드 시 안정감에 중점을 둔 세팅으로 보인다.
프레임 바디 구조의 승차감은 요철 구간에서 단단함이 느껴지지만, 오프로드 환경에서는 지면에 대한 응답성이 뛰어나고 차체 제어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요즘 나오는 도심형 SUV들과 승차감을 비교할 수는 없다. 거기에 비하면 상남자 중의 상남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락트락 시스템, 전자식 디퍼렌셜 락, 스웨이바 분리 기능 등도 그대로 유지돼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픽업트럭으로서 가장 핵심인 적재 공간도 충실하게 구성됐다. 고정 레일, 배수구, 전원 포트 등 아웃도어 환경에 최적화된 요소들이 기본 적용됐으며, 자전거, 캠핑 장비, 서핑 보드 등 다양한 짐을 싣기에도 충분한 구성이다. 이런 게 바로 실용 오프로더의 매력이다. 국내에서는 화물차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약 2만8000원 수준으로 유지 비용도 비교적 낮은 편인데, 가격을 생각하면 무의미한 계산법이다.
지프 글래디에이터는 단순히 거친 길을 달리는 오프로더가 아니라, 도심과 외곽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전천후 라이프스타일 차량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통 픽업트럭의 감성을 간직하고”라는 전제가 붙고 말이다. 달라지는 건 최신 디지털 기술이다. UI의 향상을 이룸으로서 변화의 성공, 다시 말하면 아이코닉한 이미지의 지속가능성을 확실하게 이어간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전통적 이미지에 실용성까지 갖춘 점은 여타 경쟁 모델과의 차별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