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었다. 뜨거웠다가 식어버린 날씨에 쓸쓸함을 느끼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이면 사무치는 사람이 생각난다.
내년 이맘 때는 가슴에 묻어놓은 소중한 사람이 떠오를테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수많은 이별을 견뎌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갑작스런 사별은 더욱 시리기만 하다. 퇴근 후 조문하러 가기 위해 검정색 옷을 입고 왔는데, 시승차도 검정색이었다.
지난번 싼타페에 이어 투싼을 탈 차례다. 형만한 아우 없다는데 투싼은 어떨지 [리얼시승기]가 만나봤다.
3년 만에 부분 변경된 투싼은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을 따라 외모를 조금 손봤고, 동력 성능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렸다.
투싼 부분변경 모델은 총 3가지 엔진으로 이뤄졌다. 디젤 2.0ℓ와 스마트스트림 1.6ℓ 디젤, 가솔린 터보 1.6ℓ 엔진이 있다.
시승 차는 스마트스트림 1.6ℓ 디젤 모델. 스마트스트림 엔진은 이전 1.7ℓ 디젤 엔진을 대체했다. 이 엔진은 고효율 연비, 배출가스 저감 등이 장점이다.
투싼의 경쟁모델이기도 한 기아차 스포티지를 비롯해 K3가 스마트스트림 엔진을 쓰고 있다. 현대차에서는 이 엔진을 처음으로 투싼에 적용했다.
1.6ℓ 디젤은 7단 자동변속기를 유지해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2.6㎏·m이다.
시승 구간은 총 130km 거리로, 서올 도심과 경기 하남을 오갔다. 평일 낮인데도 도로는 정체된 곳이 많았다.
출력이 조금 낮아서 운전의 재미는 그리 크지 않았다. 승차감도 SUV 특유의 울렁거림이 있어 아쉬웠다. 뒷자리는 일렁임이 더 느껴졌다.
디젤 엔진의 걸걸한 소리도 실내로 꽤 전달돼 정숙함도 낮은 편이었다. 싼타페의 기억이 남아 있었는지 투싼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투싼에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세 가지 주행모드가 있다. 하지만 주행모드에 따라 운전해 봤는데 솔직히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스포츠 모드는 달리는 맛을 살짝 느끼게끔 해줬다.
편의 장비들의 수준은 매우 우수했다.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가 설치됐다. 브레이크를 깊숙이 밟으면 오토 홀드가 걸린다.
이 기능은 오르막길에서 신호에 걸려 멈출 경우 밀림 방지가 돼 안심된다. 또한 신호등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돼 피로감을 덜어준다.
브레이크를 밟고 정차하면 엔진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스탑앤고' 기능도 포함돼 연비 향상에 유리하다.이젠 웬만한 차에는 이런 기능이 탑재되는 시대다.
또한 시승 차는 선택 사양인 현대차의 전자식 네 바퀴 굴린 시스템 'H트랙'이 탑재됐다. 사륜구동은 도로의 상태에 따라 바퀴에 동력 성능을 달리 배분해 운전에 도움을 준다.
매립형에서 돌출형으로 바뀐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디스플레이는 시야감이 좋았고, 정전기식 터치 방식은 인식을 잘해 만족도가 높았다.
차의 360도를 보여주는 '서라운드 뷰 모니터 시스템'은 주차할 때,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 편리했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기대 이상으로 도로를 잘 인식하고, 스스로 가다 서기를 잘 반복했다.
통풍 시트도 만족감을 더했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높은 볼보 XC40은 통풍 시트를 아예 선택할 수도 없는데, 투싼은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외관은 일부 변화를 줬다. 앞모습에서 그랜저, 싼타페, 코나 등과 같은 혈통임을 보여준다. 핵사고날 그릴을 '캐스케이딩 그릴'로 교체했다.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은 LED로 바꿨다.
뒤쪽 범퍼는 키우고 LED 브레이크등과 새 디자인의 스키드 플레이트, 머플러 팁을 적용했다. 반사판인 리플렉터 위치는 위로 올라왔다.
실내 크기는 이전과 똑같다. 1열은 물론 2열도 넓었다. 다리 공간과 머리 공간은 충분히 여유롭다. 2열 등받이 각도가 조절돼 편안했다.
다만, 5인용이지만 2열 가운데 자리는 센터 터널이 치솟아 있고, 좁아서 앉기 불편했다.
디젤 1.6ℓ 복합 연비는 19인치 휠 기준 13.8㎞/ℓ다. 하지만 이번 시승을 마쳤을 때 연비는 9.9km/ℓ였다. 좀 험악하게 밟아본 결과다.
스마트스트림 디젤 엔진이 주는 고효율의 연비는 꽉 막힌 도심에서는 발휘되지 않았다.
스마트스트림 1.6 디젤 가격은 옵션을 제외하고 2381만원에서부터 2798만원이다.
정흥수 기자 wjdgmdtn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