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식당이 줄지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일제히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롱바디한테 꽂혔다.
이런, 커피를 사러 가야 하는데. 차에서 내리기 민망할 정도로 쳐다보는 그들의 시선 속에는 운전자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해 보였다.
카페 앞 주차장에는 대형 승용차도 족히 들어갈 자리가 하나 있었지만, 에스컬레이드 롱바디한테는 좁다. 발길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한가한 곳에 비상등을 켜 놓은 채 차를 세웠다. 에스컬레이드 롱바디의 문을 열자 튀어나온 발판을 사뿐히 밟고 땅으로 내려왔다.
주차한 곳에서 카페까지 거리는 불과 10m. 카페로 들어가는 길이 몹시 길게 느껴졌다. 나의 뒤통수가 따가웠다.
에스컬레이드 롱바디는 그런 차다. 도로를 지배하는 건 물론, 사람들의 관심을 한껏 끌어 모으는 차다.
자동차 명가 캐딜락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에스컬레이드. 그중에서도 차체가 더 긴 롱바디 모델은 길이 5.69m, 높이 1.9m에 달한다.
현재 국내서 판매중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달리 이 모델은 직수입자동차전문업점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모델이다.
이 차량을 직접 수입한 이종승 대표는 “직수입 차량에 대한 사후 관리 및 가격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객 니즈에 맞는 합리적인 가격과 사후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해 관리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컬레이드 롱바디 몸집만 살펴보면 웬만한 마을버스나 트럭에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차량의 고급스러움은 최고급 세단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검은색 외관은 강렬한 멋을 지녔다. 단단하고 꽉 차고 듬직해 보이는 에스컬레이드 롱바디.
차에 타는 순간,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이 안에 있으면 왠지 끄떡없을 것만 같은 기분.
에스컬레이드를 도로에서 가끔 봤지만, 저 큰 차를 어떻게 운전할까 싶었는데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액셀을 밟자 하이브리드 차량만큼 조용하게 출발했다. 정숙성은 놀라울 정도였다. 단, 액셀러레이터를 힘 있게 밟을 경우 8기통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더욱 경탄했던 건 부드러움. 핸들링은 가벼우면서도 정확했다. 마치 양탄자를 지나는 것처럼 매끈하게 도로를 누볐다. 몸집이 가히 큰 차라는 것을 까먹을 정도였다.
6.2ℓ V8 엔진은 최대마력 420마력, 최대토크 62.2km·g를 발휘한다. 강력한 성능은 오르막에서도 평지를 달리듯 순하게 올랐다.
둔탁한 미국 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는 마사지 기능까지 갖췄고, 센터패시아에는 간이 냉장고와 무선충전기가 있었다. 2열과 3열에는 각각 모니터가 설치돼 영화나 게임도 할 수 있다.
다만, 3열의 무릎 공간이 좁아 불편했다. 시트의 등받이 조절도 안 된다.
차선이탈 경고, 후방주차 경고, 헤드업디스플레이, 룸미러 후방 모니터 등 운전 편의사양도 잘 갖춰져 있었다.
시승 차는 최상위 트림 플래티넘이기에 각종 첨단 옵션으로 치장했다. 에스컬레이드 롱바디 모델은 7인승부터 9인승까지 선택 가능 하다.
가격은 1억3000만원 대부터 출발한다.
정흥수 기자 wjdgmdtn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