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안전의 대명사’사로 통하는 스웨덴 볼보가 이제 환경을 잡는다.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EV) 100만대 생산 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디젤차를 포기하고 가솔린과 전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이는 2010년대 초중반 한국 시장을 달군 디젤차가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배기가스조작 사건)로 상승세가 꺽인 이후, 최근 한국 시장의 차종별 판매에서 가솔린 차가 50%, 디젤차가 40%,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10% 판매를 각각 달성한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정수남 기자의 시승기] ‘XC90 T8’…볼보 ‘안전에서 이제는 환경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스웨덴 볼보는 디젤차를 포기하고, 가솔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으로 세계 시장을 달린다. 볼보의 최고급 하이브리드 XC90 T8 엑설런스. 사진 정수남 기자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장착한 볼보 ‘XC90 T8 엑셀런스’을 최근 만났다.
1987년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이후 볼보는 고급 수입차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실제 1990년대 중반 940GL, 940GL 터보, 850GLE 등이 국내 수입차 판매 상위 1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면서 볼보는 수입차 업계 강자로 군림했다.
다만, 이후 국내에서 수입차가 보편화 되면서 볼보는 독일과 미국, 일본 차 등에 밀렸다. 그러던 볼보가 명예 회복을 위해 내놓은 전략 차량이 바로 ‘XC90 T8 엑설런스’이다.
차량 가격만 보아도 볼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었는지 알 수 있다.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XC90 T8 엑설런스’ 가격은 1억3780만 원으로, BMW의 3.0 디젤 X5 M50d(1억3860만 원~1억3890만 원) 수준인 점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이미지 확대보기T8 엑설런스 라디에이터그릴이 슬롯 글릴로 변했고, 엠블럼도 다소 변경됐다. 2.0 가솔린 엔진은 318마력의 강역한 힘을 구현했다. 사진=정수남기자
격자 라디에이터릴이 17개 슬롯그릴로 변했고, 남성스럼움과 상승을 동시에 상징하는 직선 위의 화살표가 기존에는 빗겨갔는데, T8 엑설런스에서는 직선과 한몸을 이루고 있다.
아울러 볼보의 대형 발광아디오드(LED) 헤드램프가 전면에서 측면으로 길게 이어지고, 진공증착한 재질이 대거 적용되면서 차량 전면부에 고급감을 부각하고 있다. T8 엑설런스의 측면 디자인은 하체 부분과 창틀에 진공증착한 재질을 제외하면 깔끔하다.
역시 볼보의 차제 디자인의 백미는 차량 후면이다. 후미등이 지붕에서부터 트렁크 도어를 통해 길게 내려오면서 볼보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있다. 번호판 위의 볼보의 영문자와 XC90, T8, ‘트윈엔진+4륜구동’ 뱃지가 모두 진공증착한 마감재로 차량 후부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T8 엑설런스는 앞유리, 계기판과 12인치 모니터에 차량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구현하면서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정수남 기자
T8 엑설런스는 2.0이지만 더블배기구를 탑재해 자신의 강력한 성능을 표현하고 있다.
키홀더를 통해 운전석 앉았다. 직사각형의 키 홀더도 휴대폰처럼 측면에 기능 단추를 둔게 새롭다.
운전석에 오르자마다 버튼을 돌려 시동을 걸었다. 같은 행동을 서너번 반복했다. 그만큼 2.0 가솔린 엔진이 정숙하다. 시동이 걸렸는지 소리로는 전혀 알 수 없다.
시동도 경쟁차량은 단추를 눌러야 하는데 T8 엑설런스는 조그셔틀처럼 돌리면 엔진이 작동하고, 한번 더 돌리면 시동이 꺼진다.
빗길을 달려 마포대로를 버리고, 마표대교 북단에서 강변북로를 잡았다. 우중을 달리는 차량이 평소보다 적고, 속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빈공간이 자주 나타나 볼보의 안전성을 믿고 가속 페달에 힘을 줬다. T8 엑설런스는 5초 후반의 제로백으로 중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탁월한 힘을 보였다.
이미지 확대보기180㎞의 속도로 급회전 구간에서 4륜 구동을 기반으로 한 T8 엑설런스는 정확한 핸들링과 코너링을 보였다. 네바퀴가 노면을 탄탄하게 움켜주고 달리면서 운전자에게 믿음을 준다. T8 엑설런스의 고급스러운 1열. 사진=정수남 기자
이어 T8 엑설런스는 100㎞에서 200㎞까지 다시 5초만에 도달했다. 2012년 가을에 탔던 2.0 디젤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계기판의 속도계가 최고 260㎞인 점을 고려하면 T8 엑설런스의 최고 속도는 240㎞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강력한 성능은 275/40R, 21, 107Y인 피렐리 타이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는 타이어 폭 275㎜, 편평비 40% 레디알 구조, 21인치 휠, 최대 적재 중량 975㎏, 최고 속도 300㎞를 뜻한다.
이번 T8 엑설런스는 ‘안전=볼보’의 명성을 계승하면서 안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인텔리세이프티 기능과 시티세이프이기능,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충돌과 추돌, 전복 우려시 차량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경보음을 내는 등 이미 볼보가 인공지능(AI)을 차량에 대거 적용했다.
이미지 확대보기T8 엑설런스의 2열은 접히지 않지만, 기본 트렁크 용량에 골프가방 4개와 중형 캐리어 4개를 실을 수 있다. 상시 4륜인 T8 엑설런스는 2륜과 4륜 겸용 차량보다 주행 소음이 적다. 여기에는 275/40R, 21, 107Y인 피렐리 타이어도 기여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볼보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가 엔진과 모터, 배터리, 충전시스템을 탑재해 기계적으로 복잡하지만,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해서 이다.
공원 안에 있는 오프로드를 잡았다. 서스펜션은 하이브리드, 가솔린 모두 균일하다.
노면이 불규칙해 지자 T8 엑설런스는 차체 높이를 높였다. 에어서스펜션 기능을 탑재한 덕분인데, 이는 노면 상황에 따라 차체 높이를 차량 스스로 조정한다.
앞서 경춘도로에서도 100㎞ 이상 속도에서는 차체가 가라 앉는 느낌을 받았다. T8 엑설런스는 오프로드에서는 통상 40㎜ 정도 차체를 올리고, 온로드에서는 시속 100㎞까지는 10㎜, 130㎞ 이상에서는 20㎜를 낮춘다는 게 볼보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