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차량으로 세계에서 가장 주행 거리가 긴 자동차는 1961년 생인 볼보의 P1800이다.
한 미국인은 1961년형 P1800으로 42년간 지구에서 달(38만㎞)까지 6번을 왕복하고도 달까지 한번 더 갈 수 있는 거리 이상(510만㎞)을 달렸다. P1800은 이 같은 기록으로 2003년 세계 기네스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P1800의 기록을 깬 차량은 등장하지 않았다.
아울러 007시리즈의 주인공이던 고(故) 로저 무어의 애마로 P1800은 유명세를 탔다. 그러던 P1800이 볼보의 3세대 신형 S60으로 환생했다.
볼보의 미국 디자인센터장 티 존 메이어가 P1800에서 영감을 받아 신형 S60을 디자인 한 것이다.
볼보의 신형 S60을 타고 인천 영종도에서 경기 시흥시까지 120㎞를 최근 달렸다.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호텔에서 만난 신형 S60의 디자인이 볼보의 최근 패밀리룩을 계승하면서도 P1800의 쿠페형 느낌도 살리고 있다.
신형 S60의 시트에 앉았다. 시트 위치가 포뮬러(F)1 머신처럼 낮다. 볼보 S60이 운전을 즐기는 2030 세대를 위한 차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낮은 포지션이 불편한 4050 운전자는 시트를 올릴 수 있다.
볼보 XC40을 제외한 XC시리즈와 V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조그셔틀을 시계 방향으로 돌려 시동을 걸었다. 2.0 직렬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조용하다. 최근 시승한 가솔린 XC시리즈보다 더 정숙하다. 볼보가 2.0 엔진을 세단 특성에 맞췄기 때문이다.
호텔을 버리고 영종도 해안도로를 잡았다. 비가 흩뿌리고 시승 구간인 서해안로가 산업도로라 차량이 많은 점을 고려해 시승 초반 속도를 높였다.
영종 해안도로에서 신형 S60은 6초 중반의 제로백(1600rpm)의 가속 성능을 보이면서 운전을 즐기는 기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어 신형 S60은 120㎞(1900rpm), 140㎞(2200rpm), 160㎞(2500rpm)에 금새 다다른다.
그러면서도 신형 S60의 핸들링은 정교하다. 신형 S60은 전면 오버행(앞바퀴 중심과 차량 맨 앞까지 거리)이 극도로 짧고, 전륜구동이라 언더스티어링(회전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시 앞바퀴가 속도에 밀려 왼쪽으로 확 쏠리는 현상) 현상을 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신형 S60은 4륜 구동처럼 정확한 코너링을 나타냈다. 신형 S60의 최고 속도가 240㎞ 수준이라 국내 도로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속도를 즐기고도 남는다.
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 오토크루즈컨트롤, 시티세이프디 등 볼보 신형 S60의 안전 편의 사양을 적용하다 보니 어느새 차량 통행이 많은 시흥 서해안로이다.
이 구간에서 신형 S60은 여느 볼보 차량과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차량 좌우측 후면 사각지대에 차량이 진입하자 사이드미러에 지렁이 모양의 붉은 선을 표시한다. 사각지대 경보 장치로 2004년 볼보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한 ‘블리스’ 기능이다.
상용화 초기에는 사이드 미러가 자리한 실내에 붉은 등으로 사삭지대 경보를 표시했지만, 최근 사이드미러에 표시하면서 직관적으로 변했다.
차량이 많아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운전자가 방심할 경우 신형 S60은 계기판에 추돌 경보음을 울리면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시티세이프이 기능이다. 50㎞ 미만 주행시 작동하는 안전 장치이다.
서해안로에 자리한 휴게소에 들러 차량을 살폈다.
전면 헤드라이트의 토르 망치, 전면부에 고급스러움을 선사하는 라디에이터 그릴 등 볼보의 DNA를 계승했다. 신형 S60은 19인치 블랙 다이아몬드 컷 휠이 자리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심심한 측면 디자인에 강인함을 부여한다. 그만큼 신형 S60이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후면의 자리한 두개의 배기구 역시 신형 S60의 강력한 성능을 대변한다.
신형 S60은 이전 세대보다 125㎜ 늘어난 4760㎜의 전장, 50㎜ 낮아진 1430㎜의 전고, 15㎜ 줄어든 1850㎜의 전폭 등을 가지면서 디자인 역시 스포츠 세단에 충실하고 있다.
신형 S60은 탁월한 무게 배분으로 속도를 높일수록 무게 중심이 가라앉는다. 게다가 트렁크 상단에 일체형 스포일러를 지닌 신형 S60은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고속 주행시 차체 안정을 돕는다. 다양한 안전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S60이 운전자를 안심하게 하는 부분이다.
신형 S60의 인테리어는 다른 볼보처럼 스웨덴의 현대적이고 고급스러운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신형 S60의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날렵해지면서 실내 공간을 극대화 했다. 아울러 이전 세대 보다 96㎜ 늘어난 2872㎜ 동급 최고 수준의 휠베이스는 스포츠유틸리차량(SUV) 못지 않은 공간을 제공한다. 앞 좌석 1074㎜, 뒷좌석 895㎜의 레그룸은 키 180㎝ 이상인 탑승객도 장거리 여행시 불편하지 않다.
신형 S60이 고급 세단인 만큼 2열 접이 기능은 없다. 다만, 스키 쓰루(스키처럼 긴 짐을 실을 수 있도록 2열 중앙과 트렁크를 튼 공간)가 있어 긴 짐을 실는데 무리가 없다. 신형 S60의 트렁크 공간은 442ℓ로 골프가방 4개를 탑재할 수 있는 등 야외 활동을 위한 짐을 실는데 적합하다.
1열은 역시 깔끔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판, 12.3인치 디지털 모니터를 통해 차량 대부분의 기능을 조작을 할 수 있어서 이다.
베이지색의 나파 가죽 시트는 탁월한 착좌감으로 고속 주행에서도 탑승객의 몸을 단단하게 잡아준다.
아침부터 흩뿌리던 비가 돌아오는 길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로 변했다. 비가 내리는 바다 풍경을 보면서 라디오를 켰다. 차량 가격 수억원대의 고급차에만 실린다는 영국의 고급 오디오 시스템인 바워스 앤 윌킨스의 15개 스피커에서 내뿜는 성량이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한다. 음악을 즐기는 고객을 위해 볼보가 자사 라인업에 선제적으로 적용했다는 후문이다.
오는 길에 다시 한번 신형 S60을 즐겼다. 시동 셔틀 아래 롤 방식의 주행 모드 선택 버튼을 조작했다. 다이내믹에 놓자 rpm의 변동 폭이 과감해 진다. 컴포트에서 100㎞-1600rpm이 100㎞-3000rpm으로 바뀐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주행 소음 역시 다소 거칠어 진다. 주행 모드를 에코로 놓자, 신형 S60은 rpm 계기판을 없애면서 조용해 진다. 알뜰 운전자와 가족 여행시 적당한 주행 모드이다.
폭우 속에서 150㎞로 달렸다. 신형 S60은 고속에서도 수막현상을 최소화 하면서 흔들림 없이 거침없는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블리스, 전방추돌경보, 모니터에 차량 주변을 투영하는 기능 등 앞이 안보이는 폭우에서도 신형 S60의 안전 주행이 가능한 이유이다. 볼보의 신형 S60은 유럽의 신차 평가인 유로앤캡(Euro NCAP)에서 최고점인 별 5개를 받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고급스러움의 대중화’를 위해 신형 S60의 판매 가격을 모멘텀 4760만원, 인스크립션 5360만원으로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5년 또는 10만㎞의 업계 최고 수준의 보증과 주요 소모품을 무상으로 지원한다.
이 같은 이유로 신형 S60은 제네시스 G70, 벤츠 C클라스, BMW 3시리즈 등과 경쟁한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국내 수입 중형 세단 시장에서 운전의 재미와 고급감을 동시에 가진 모델을 선택하기 위해서 종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면서도 “볼보 신형 S60은 이 같은 틀을 바꿨다. 신형 S60으로 많은 한국 고객은 볼보가 제시하는 더 나은 삶의 가치와 주행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성비와 나심비(가성비+자기 만족)를 지닌 볼보 신형 S60의 한국 사전 예약 판매가 2200대를 돌파했다. 이는 볼보코리아 사상 최고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