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배출가스 조작으로 7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는 벤츠에겐 여간 불명예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벤츠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한 디젤 차량 12종 3만7154대에 인증 시험 때와 달리 실제 운행에서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을 줄이고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EGR) 작동을 임의로 멈추게 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혐의가 드러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는 이러한 불법 행위로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인증 기준(0.08g/㎞)보다 무려 13배 1.099(g/㎞) 가 넘는 과다 배출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벤츠는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반하장격 태도와 안하무인 자세로 일관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문제가 제기된 프로그램을 사용한 이유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며 "환경부 발표에 동의할 수 없으며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말을 아꼈다.
그런데 벤츠 코리아가 환경부 발표에 이어 한국 시장에서 판매에 큰 공을 세운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을 교체한다고 서둘러 밝혔다. 그것도 9월 1일부로 미국 총괄에 임명되는 인사를 일찌감치 발표한 것이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던 벤츠가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벤츠가 실라키스 사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인사 조치를 내렸다며 입방아를 찧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혐의 책임자인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을 떠나면 국내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설령 불법 행위가 밝혀지더라도 국내 소환은 더더욱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실라키스 사장은 해외 출장 중이다. 만약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9월 1일 새롭게 발령받는 미국으로 곧바로 떠난다면 수사 진전이 사실상 중단상태로 끝날 수도 있다.
여기에 벤츠가 실라키스 사장의 귀국 날짜를 밝히기 어렵다고 말해 수입차 업계에서는 실라키스 사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미 도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벤츠는 한국인을 상대로 4년간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하며 많은 수익을 뽑아냈다.
이러한 벤츠가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의 고마움을 망각한 채 진심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일관하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김현수 글로벌모터즈 기자 khs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