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자동차 시장에 '해치백' 열풍을 일으켰던 폭스바겐 골프가 8세대로 돌아왔다. 새롭게 출시된 골프를 타고 1박 2일간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 광주와 용인 일대를 돌며 시승했다.
디자인은 익숙한 듯 낯설다. 7세대 모델이 어느 정도 보이지만, 더 젊어지고 최신 패션 아이템들을 두루 장착했다. 뒤트임을 한 듯 날렵하게 뻗은 헤드램프, 하나로 이어 존재감을 드러내는 주간주행등, 보닛 위 선명한 4줄의 선들은 멀리서도 눈길을 끈다.
옆모습은 '역사'와 함께 '당당함'을 품었다. 1세대 모델부터 지켜오던 두꺼운 C필러는 여전하고 위를 향해 지나가는 2줄의 선은 작지만 위풍당당한 자태를 풍긴다.
휠 디자인도 맘에 든다. 바람개비를 닮아, 시선을 자연스럽게 머물게 한다. 블랙 알로이 휠 위에 크롬을 더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뒷모습은 셔츠에 재킷을 입은 단정한 느낌이다. 리어램프는 각지게 변했으며, 안에 그래픽도 깔끔하게 다듬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여태껏 차분함을 유지했던 마음이 들뜨면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해치백을 좋아하고, 골프를 예전부터 타고 싶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새로운 실내 구성, 조그맣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변속기, 10.25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 등은 얼른 가속페달을 밟아 도로 위로 나서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시트도 편안했다. 운전석만 전동이 지원되지만, 몸을 탄탄하게 꽉 잡아줬다.
네모난 시동 버튼을 누르자, '우르릉' 하며 디젤 엔진 배기음이 우렁차게 들렸다.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도 화려하게 깨어나 달릴 준비를 마쳤다.
8세대 골프에는 EA288 evo 2.0 TDI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힘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ℓ당 17.8km(도심 연비 15.7km, 고속 연비 21.3km)로 동급 컴팩트 세그먼트 모델 중 최고 수준이다.
움직임은 경쾌하고 안정적이다. 낮은 차체와 짧은 오버행(차제 전방의 돌출부)과 길이는 어느 곳에 타이어를 내려놓아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여기에 1489kg의 가벼운 몸무게는 경괘한 주행을 더욱 감칠맛 나게 만든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차량 '움직임'에서 느껴졌다. 누구나 운전을 하더라도 쉬운 운전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어링 휠을 틀었을 때 각도와 차량의 움직임은 하나가 되어 운전자에게 전해진다. 어느 방향으로 틀어도 완벽하게 따라와 줄 거 같은 신뢰도까지 느끼게 했다.
달리기에서도 작다고 무시할 수 없었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모드'로 바꾸고 페달을 깊이 밟자, 차량은 쏜살같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새삼 서킷에서 달렸으면 하는 욕구가 치솟은 순간이다.
공간은 차체 대비 여유있고 실용적이다. 길이 4285mm, 너비 1790mm, 높이 1455mm, 실내공간을 결정짓는 축간거리는 2636mm로 작은 차체지만, 실제 앉았을 때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해치백답게 트렁크는 끝까지 위로 열려, 큰 짐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기본 적재 용량은 381ℓ, 2열 시트를 접을 시 1237ℓ에 이른다.
어떤 제품을 살 때 고민이 깊어지면 결정이 어려워진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가장 많이 팔리고 선택받은 제품을 사는 것이다. 그러면 평균 이상의 품질과 만족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이에 가깝다. 지난 1974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8세대 모델로 계속 발전을 거듭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3500만대를 넘어섰다. 친환경이 거세게 부는 시대에 맞지 않는 '디젤'이라는 점이 걸리기도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거침없는 주행능력은 운전의 즐거움을 높이고 싶은 이들에게는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