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오지 않을 거 같았던 자동차가 들어왔다. 주인공은 쉐보레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다. 지난 31일 서울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해 이 차를 직접 보고 몰아봤다.
"와....." 타호를 보고 나온 첫 마디다. 너무 커서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오전까지 시승차로 제공받았던 신형 트래버스를 타고 왔음에도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얼굴은 미남이다. 그리고 웅장하다. 옆에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서 있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큰 코(그릴)와 날렵한 눈(헤드램프)은 큰 차체와 잘 어울리며, 어디서든 눈길 잡기에 충분하다. 실제 신호에 걸려 대기 중일 때 웅장한 차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하이라이트는 옆모습이다. 길고 높은 차체를 바탕으로 22인치 휠이 작아 보이는 마술을 선보인다. 이 차의 길이는 5350㎜, 높이 1925㎜로, 경쟁모델이라 할 수 있는 링컨 네비게이터와 비슷하다.
뒷모습은 깔끔하다. 양 끝에 있는 세로형 리어램프(후미등), 밋밋한 공간을 채워주는 가운데 크롬 라인, 검은색 타호 레터링은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또한 하단에 자리 잡은 듀얼 머플러는 내연기관의 고유 감성까지 생각나게 한다.
차량을 탑승하기 전에 자칫 큰 덩치로 인해 타고 내리기가 쉽지 않겠다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예감은 틀렸다. 운전석 문을 열자, 스르륵 하며 발판이 등장했다.
편하게 차량에 탑승 후, 시트에 몸을 맡겼다. 자유롭고 탁 트인 시야가 운전자를 반긴다. 운전대 크기는 적당하다. 시트의 착좌감 또한 만족스러우며, 팔과 왼쪽 다리의 거치도 편하다.
실내는 여느 쉐보레 차량과 비슷하다. 공조 장치 버튼들의 위치와 조작 느낌 등은 큰 차이가 없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다. 보이는 정보, 화질, 그래픽, 반응속도 등은 훌륭하다.
변속기는 드르륵 하는 '봉' 타입이 아닌 버튼식이다. 볼트 EV와 같은 방식이다. 기어는 기존 다른 버튼식 기어와 달리 사용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P와 N은 누르는 방식을, R과 D는 당기는 방식을 취한다. 안전에 대한 쉐보레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시동 버튼을 눌렀다. 6.2ℓ의 큰 엔진이 굉음과 함께 깨어났다. 낯설었다. 하지만 반가웠다. 이 차에는 V8 자연 흡기 가솔린 엔진이 들어가,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의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여기에 10단 자동변속기를 더했다.
D 버튼을 당겨 주행을 시작했다. 페달에 가볍게 힘을 주니, 차량은 묵직하게 움직인다. 순간 겁이 났다. 차량이 너무 크고, 강력한 힘이 발끝에 오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가속페달을 밟았다.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면서, 바퀴 회전수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가속 시 이질감은 크게 없다. 대신 자연 흡기가 주는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다운사이징과 터보차저가 주는 '터보랙' 같은 이질감은 없었다. 가만히 있다가 툭툭 치고 나가는 부자연스러움도 없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앞서가는 선행 차량을 따라 속도를 높였다. 어느새 계기판에 찍히는 숫자는 100에 근접했다. 고속에서 주행감은 쉐보레 다운 특유의 안정성이 빛을 발했다. 주행을 이어가면서 '와'라는 탄성이 입에서 계속 터져 나왔다.
실내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차가 높고 넓어 시끄러울 것으로 걱정했지만, 이 차는 소음 측면에서 신경을 쓴 티가 났다. 고속으로 달릴 때 노면의 소음은 실내로 어느 정도 들어왔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풍절음에서도 합격이다. 이중 접합이 아닌 한 겹으로 이뤄진 유리를 사용했음에도 외부소음 차단 능력이 뛰어났다.
4바퀴는 노면을 꽉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앞뒤로 움직이거나, 좌우로 흔들리는 등 불안감을 줄 만한 요소는 없었다. 기본으로 탑재된 에어서스펜션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이 기능은 주행 상황에 따라 25~50mm까지 차고를 높여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승차감은 아늑하고 편안하다. 흠잡을 데가 없다. 보통 높은 차고를 가진 레저용 차량은 노면의 상황에 따라 승차감이 자주 바뀐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금세 사라졌다. 이 차는 어느 노면을 지나도 실내로 들어오는 불쾌함은 없었으며, 위아래 움직임 또한 적었다.
코너에서도 만족스럽다.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운전대를 틀어도, 차량은 평평한 도로를 다닐 때 같이 잘 따라온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연이어 지나갈 때도 연일 안정적이다.
주행모드는 크게 2가지다. 일반과 스포츠다. 하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일반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량은 부드럽게 움직인다. 힘은 차고 넘친다. 제동도 무난하다. 너무 예민하지 않고 둔하지도 않다. 스포츠 모드도 일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엔진 배기음 소리의 크기로 구별은 가능하다.
양지파인리조트에 도착 후, 약 3km 구간의 스키 슬로프에 바퀴를 올렸다. 오프로드 기능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주행모드를 오프로드에 놓고, 차고도 최대로 높여 주행을 시작했다.
먼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기 위해 가속페달을 깊이 밟자, 차량은 앞으로 힘껏 뻗어 나간다. 여유 있게 움직인다. 울퉁불퉁한 상황에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묵직한 운전대와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이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이어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공간에서 진행된 S 코너에 진입했다. 좌우 바퀴의 균형이 맞지 않아,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바퀴는 잠시 제자리를 잃고 헛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차량은 다시 균형을 잡고 무사히 코스를 탈출했다.
시승을 마치고 뒷좌석 공간을 살폈다. 2열은 앞뒤·좌우·상하 공간에서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공간이 남는다. 특히, 넉넉한 머리 공간으로 허리를 크게 숙이지 않아도 좌우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또한 2열 좌석 승객들에게는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별 디스플레이도 제공된다.
3열은 지금까지 타본 차 중에 가장 크다. 어디 하나 부족한 공간이 없다. 성인 남성이 앉아도 장시간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3열 시트는 버튼 하나로 접고 펼 수 있게 만들어, 큰 짐을 실을 때 수고도 덜어준다.
타호는 특별한 차다. 그저 큰 차가 아니다. 다양성을 품었다. 부드러운 승차감,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 등 자동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를 모두 가졌다. 여기에 드넓은 공간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신형 타호의 가격은 개소세 인하 기준 하이컨트리 트림 9253만원, 다크 나이트 스페셜 에디션 트림 9363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