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C40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전기차라는 이질감 적어
듀얼모터 탑재로 일상부터 고성능까지 커버하는 전천후 차량
초반 주행시 내연기관 모델과 유사한 주행질감으로 편안 운전 제시
78kWh급 고용량 배터리 탑재...최대 주행거리는 356km
고속과 코너에서 이상적인 무게중심과 배분으로 안정적인 움직임
슬며시 들어오는 노면소음과, 급격한 이동에서는 흔들림 생각보다 커
최근 볼보가 만든 첫 전기차 C40 리차지를 시승했다. 시승은 지난 12~14일 동안 이뤄졌다. 코스는 서울과 경기도 화성, 파주 등을 오가는 장거리 코스와 집-회사로 이어지는 일상 구간에서 이뤄졌다.
차량을 인도받은 다음 날(13일) 충전량은 78%, 주행가능 거리는 305km 상태로, 아침 일찍 서울대입구에서 출발해 안산 JC를 거쳐 화성 고온항까지 편도 66km를 달렸다. 비가 오고 쌀쌀한 날씨로 인해 풍향은 2~3단계를 수시로 바꿔가며 주행했다. 온도는 24~24°에, 열선시트와 스티어링 열선은 3단계에 두었으며, 회생제동은 사용하지 않았다.
시승차는 듀얼 모터가 적용된 모델이다. 장착된 두 개의 모터는 최고 출력 408마력(300kW), 최대토크 67.3kg.m(660Nm)의 힘을 발휘한다. 조그만 차체와 순한 외모와는 달리 공격적인 성능을 갖춘 것이다.
◆자연스러움 가득한데...밟으면 변신
차 문을 여니 실내는 자연스러움이 한껏 묻어난다. 볼보의 첫 전기차라고해서 특별하지 않다. 편안하게 앉아 시트를 조절했다. 익숙하고 편하다. 차량을 파악하고 익숙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다.
바로 주행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시야다. 전방과 측면 시야는 괜찮다. 하지만 후방 시야는 익숙하지 않다. 낮은 지붕라인으로 인해 가려지는 부분이 많았다. 디자인을 위한 것이 운전자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A필러(전면의 유리 창문을 지탱하는 좌우 양끝의 기둥)는 예상보다 많이 누워있다. 그래서 손을 뻗으면 유리창에 닿는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푹신하고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와 잘 세팅된 서스펜션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는 스트럿 방식의 현가장치가 들어갔다. 약간 단단하지만, 움직임을 잘 잡아준다. 뒤에는 멀티링크 타입의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장애물을 넘었을 때,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충격을 잘 흡수해 좋은 승차감에 일조한다.
오른발에 본격 힘을 줬다, 차량은 앞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전기차로 알고 탔지만, 마치 내연기관 차량을 주행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질감도, 통통 튀는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차량을 받고 약 2~3시간 동안 주행을 한 후 첫 내린 평가는 '무난하다'다. 흠잡을 데가 딱히 없다. 매일, 걱정하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적이면서도 아쉬운 부분은 속도에 따라 주행느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저속 구간 0~70km에서 느껴지는 단단함과 안정감은 누구에게나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주행하면서 "이 차 좋네!"라는 말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속도를 80~100km로 높였다. 직진 안정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몸무게는 소형 SUV XC40 대비 약 400kg가 무거워졌다. 차량 하부에 배터리와 모터도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게중심이 잘 잡혀, 속도를 높여도 차는 스트레스를 줄 만한 불안감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질감도 함께 든다. 저속에서는 안정적이던 차량에 소음과 충격이 올라온다. 풍절음은 생각보다 크며, 다리와 시트로 전달되는 하부 충격도 함께 전달된다.
이 차의 특이점은 주행모드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볼보가 내놓은 차량과 마찬가지다. 순간 "패밀리용 차량도 아닌데, 스포츠 모드가 없는 게 좀 아쉽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차는 시원시원하게 나간다. 운전 재미는 어느새 배가됐다. 밟으면 밟는 대로 차량은 가뿐하게 움직인다. 망설임이 없다. 답답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더 깊이 밟았다. 발끝에는 67.3kg.m의 힘이 전달된다. 몸은 순식간에 뒤로 젖혀졌으며, 어느새 '와'라는 탄성만이 터져 나왔다. 옆에 동승자가 있었다면 "무섭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핸들링을 시험하기 위해 코너 구간에 바퀴를 얹었다. 속도를 높이며, 연이어 가속과 제동을 이어갔다. 흔들림은 크지 않다. 다만, 살짝 불안하다. 약간의 롤링(차량이 좌우로 흔들거리는 현상)이 느껴진다. 속도를 낮추니, 다시 차는 원래 이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간다.
브레이크는 힘을 줘서 밟아야 한다. 가볍지 않다. 20~30km로 달릴 때는 묵직한 느낌으로 안정적일 수도 있지만, 속도를 조금 높인 50~70km에서 바퀴 회전을 멈추기 위해서는 발에 힘이 꽤 들어간다.
안전 장비는 볼보답게 믿음직하면서도, 빈틈이 없다. 시승 차에는 충돌 회피 지원과 측면 충돌 방지 시스템, 교차로 교통 경고, 파일럿 어시스트 등 최첨단 안전 시스템이 적용된다.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를 사용했다. 흐린 날씨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앞차와의 거리를 아주 정확하게 인식하고, 차선도 잘 읽는다. 코너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운전실력을 뽐낸다.
좁은 골목길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는 한발 빠른 알림으로 더욱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 갑자기 '삐'가 울려 주위를 살펴보면 4~5초 뒤에 장애물 또는 사람이 나타난다. 볼보가 보행자의 안전까지 크게 신경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온항에 도착하니 남은 주행가능 거리는 230km였다. 약 9km의 편차가 있었지만, 궂은 날씨로 인해 공조 장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회생제동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생각했을 때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356km라는 주행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급속 충전을 하면 10~80%까지 40분이면 해결된다. 출퇴근 시 사용되는 평균 주행거리가 평균 35km(비사업용)인 것 고려했을 때, 충분한 거리다. 주말에 근교로 나들이도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볼수록 호감형인 얼굴과 매력적인 옆과 뒷모습
목적지에 도착해 외관과 실내, 뒷좌석 등을 자세히 살폈다. 볼보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듯, C40 리차지도 이와 같다.
얼굴은 볼보 소형 SUV XC40과 똑같다. 그릴이 막히고 번호판이 파란색인 것을 뺀다면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측면과 뒷모습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큰 운동화를 신은 듯한 느낌을 주는 20인치 휠과 주위를 감싸는 검정 플라스틱은 당당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다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뒷모습은 익숙하지만, 일탈의 흔적이 보인다. 볼보만의 단정한 느낌과 더불어 스포츠카의 감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리어램프(후미등)는 뒷유리 윗부분에서 시작해 트렁크 안쪽까지 깊게 파고든다. 테일게이트에 탑재된 2개의 리어 스포일러는 날렵한 이미지와 더불어 고속 주행 시 다운포스를 증가시켜 주행 안전성을 높인다.
체격은 큰 편이 아니다. 폴스타와 비교했을 때는 높이를 제외하고 소폭 작으며, 벤츠 EQA와 비교했을 때도 폭을 제외하고 조금 부족하다.
뒷좌석 공간은 예상과는 다르다. 성인 남성이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2개 정도가 들어간다. 머리공간도 주먹 한 개 정도 여유 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쾌적하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준다. 하단에 배터리가 들어가, 허벅지 안쪽이 뜨는 불편한 시트 포지션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러지 않다.
2열을 위한 편의장비와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도어와 시트 끝에 수납공간이 따로 마련되었으며, 공조 장치와 열선시트까지 들어간다.
적재 공간은 기본 413ℓ로 2열을 접으면 최대 1205ℓ로 확대된다. 여기에 덮개를 반 접어 올리면, 가방 또는 짐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며, 앞쪽에 있는 짐까지 고정시켜주는 센스까지 발휘한다.
C40 리차지는 볼보의 모든 것이 결집된 모델이다. 디자인, 실내 패키지, 주행 감각, 안전이 들어간다. 여기에 친환경까지 들어간다.
가격은 듀얼 모터 단일 트림이 6391만원이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서울시 기준 6052만원, 충남 아산시 기준으로는 총 528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586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