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단 차라고는 하지만, 가끔 기대를 저버리는 모델이 있다. 물론 이런 차들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 고객의 요구에 못 이겨 내놓기도 하며 라인업에 어떠한 빈틈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벤츠에서는 ‘마이비’가 그랬고 BMW에서는 이번에 시승한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가 그러하다.
이 둘은 MPV로 소개된다. 해치백으로 대표되는 폭스바겐 골프와 비슷한 체형이지만, 키가 조금 더 높아 보일 뿐이다. 약간의 퍼포먼스를 유지하면서도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차다.
국내에는 지난해 8월 출시를 알렸다. 지난 2014년 1세대 이후 8년 만에 새롭게 소개된 2세대 모델이다. 해외에는 가솔린 모델도 있지만, 국내에는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218d 모델만 판매된다.
이들 독일 차의 디젤 엔진 버전은 효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218d에서는 복합 공인연비 15.8km/L를 달성했다. 고속도로에서는 20km/L를 넘어서는 때가 많았다. 시승 3일 동안 어지간해서는 기름 줄어드는 걸 확인하기 힘들었을 정도였다.
가속 성능은 최고출력 150마력, 36.7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2.0 디젤 엔진의 기대 퍼포먼스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세 가지 모드를 선택해 주행하지만, 어느 것이든 가속 페달을 밟으면 거친 느낌이 강하다. 대신, 답답함은 전혀 없다.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경험할 수 있다. 외형이, 그리고 살짝 높은 포지션이 달리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를 뿐이다.
거친 주행감 때문인지 승차감도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정속, 직진 주행에서는 부드러움이 느껴지긴 한다.
이런 성향은 MPV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패밀리카로 생각하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시승차만의 문제였을지는 몰라도 제동 성능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 빠르게 달리는 만큼 브레이크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운전이 불편해질 수 있다.
실내는 그나마 만족감을 선사한다. 일단 최첨단을 달리는 룩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iX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데, 대시보드 위에는 10.25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와 10.7인치 컨트롤 화면과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륜구동인 덕분에 플로팅 타입 암레스트가 적용될 수 있었고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 셀렉터 레버, 오디오 시스템용 볼륨이 통합된 컨트롤 패널이 적용되는 등 물리적 버튼이 최소화됐다. 운전석 앞에는 콤바이너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보이지만, 이 부분은 현지화도 되지 않아 내비게이션 연동도 불편하니 차라리 없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본다.
이외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8세대 iDrive,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기능,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BMW 디지털 키 플러스 등 최적화된 스마트폰 통합 기능이 함께 제공된다. 여러 가지 편의·안전사양도 제공되지만, 트림 레벨에 따라 옵션으로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포함된다. 기본 사양으로 ADAS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타 브랜드의 정책과도 좀 상반되는 느낌이다.
218d 국내 판매 방식은 4590만원 어드밴티지와 4870만원 럭셔리 트림 두 가지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어드밴티지 트림으로 일반 크루즈 컨트롤과 선루프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주차 보조 기능은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돼 편의성이 돋보였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라면 이 기능에 상당 점수를 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