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에서는 달라진 점을 찾기 힘들다. 실내 분위기도 아직 구식이다. 계기판, 모니터 디지털화는 되어 있지만, 분리형의 전통적인 디자인이다(사실 개인적으로는 일체형보다 이쪽이 더 좋다).
토요타는 내구성이 좋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라브 4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나오면서 내실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버전일 때도 연비 효율성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원하는 만큼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 모드로만 60km 이상을 달린다고 한다. 충전 인프라만 갖춰져 있다면 꽤 괜찮은 제안이다. 고속 충전은 안 되지만, 규칙적인 출퇴근이라면 큰 무리가 없다.
성능도 훨씬 더 강력해졌다. 2.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두 개의 모터 출력을 더하면 시스템 합산 300마력을 넘어선다. 주행에서는 처음부터 무서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부드럽게 달려나가는 데, 토요타 하이브리드 느낌 그대로를 쭉 중속, 고속까지 이어간다. 감춰진 힘을 느껴보고 싶다면 모드 변경을 해야 한다. 이번 PHEV 라브4는 주행모드가 다소 복잡하지만 다양한 매력이 존재한다. 부드러운 주행감은 e-CVT라는 무단 변속기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어 보인다. 기계적인 딱딱한 변속의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차체는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200kg이 더 나가면서도 가뿐한 느낌이다. 달리 말하면 오히려 무게감이 덜 느껴지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둔턱을 넘을 때 뒤가 가벼워 빈 수레를 끄는 느낌이 든다. 서스펜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앞쪽에는 맥퍼슨 스트럿, 뒤쪽은 더블 위시본이 쓰인다. 타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하이브리드(HEV, PHEV) 모델에 공통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느 정도 세팅으로 추가 무게를 감당할 수는 있겠지만 넘을 수 없는 한계도 분명 있을 것 같다.
전기차처럼 전기 동력만으로 달릴 때는 주행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더 친근하다. 전기차로 본다면 매우 부드럽고 가솔린차라고 보기엔 조금 거칠다. EV 모드에서는 둘 사이 제 자리를 잘 찾았다. 가솔린 모드로 바꿔보면 2.5 엔진 소음은 나름 우렁차다. 성향을 따지면 시끄럽다고 하는 게 맞겠지만, 그정도로 불편하진 않다. 운동성능에 비하면 e-Four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진 핸들링보다는 안정감에 더 치중돼 있다. 제동력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정도다.
개성이 너무 뚜렷해 인기가 없는 프랑스 차들처럼 일본차들도 추구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내구성이다. 한나절의 시승으로는 절대 알아볼 수 없다. 내구성으로 일본차는 글로벌을 차지했다. 특히, 인건비가 비싼 미국 시장에서는 정비소에 가장 적게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은 차라고 생각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본차의 내구성을 한번 알아본 이들이라면 다시 구매하게 만들었다. 그게 RV가 될 수도 있고 세단이 될 수도 있었다. 차가 복잡해질수록 내구성의 역할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고장이 잦다면 아무리 좋은 기능이라도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5570만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비인기 종목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거치고는 가격대가 괜찮은 편에 속한다. PHEV는 시장에 선택지가 많지 않다. PHEV를 구매 목록 우선순위에 둔다면 SUV 세그먼트에서 평균 가격대가 7000만원 정도다. 예를 들어 포드 익스플로러 PHEV는 6020만원부터 시작 7410만원까지, 볼보 XC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8590만원, BMW X3 30e 모델의 경우는 7860만원부터 8370만원까지다. 이중에서 전기모드로 주행가능 거리가 가장 길다.
현지화 노력도 강화했다. LG U+와 함께 제공하는 아틀란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 등의 연동 시스템이다. 직접 써본 내비게이션은 끊김 없이 반응하고 사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상품성에서 충분히 합리적이다. 사양 부분은 자신에게 맞춰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지만,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넉넉히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