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은 틈새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했다. 분명 픽업을 두고 한 말이다. 곧바로 쿨멘을 내놨다. 쿨멘은 렉스턴 스포츠와 스포츠 칸 모델의 라인을 확장하는 파생 모델이다. 처음엔 대체 모델인줄 알았다. 서브네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렉스턴 스포츠&칸에 쿨멘 트림이 추가돼 선택지가 더 넓어졌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쿨멘을 두고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상위 포지션을 잡아서다. 욕심부리면 가격은 최대 4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짐차로만 취급받던 K-픽업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꽤 많을 것으로 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충분히 합리적이다. 갸우뚱할 필요는 없다. 그들도 생존을 위한 결정이다. 잔머리를 굴릴만한 상황이 아니다. 다만, 가성비를 내세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애초 그럴 계획이 아니어서다. 타깃은 또 다른 틈새시장. 결국, 기존 고객이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수입 픽업과 K-픽업 사이에 빈틈이 너무 컸다. 이 차이를 다 채우려면 아직 더 많은 선택지가 나와도 괜찮다.
이번에 시승한 쿨멘은 일단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렉스턴 아레나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다. 밖에서는 헤드램프, 안에서는 시스템과 디스플레이, 그리고 약간의 감성을 나눴다. 12.3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수입 픽업에 대어도 부족함이 없다. 내비게이션 현지화는 토종이 항상 옳은 법이다. 티맵은 아니지만, 꽤 쓸만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한다. KG는 쌍용 때부터 인포콘이라는 괜찮은 시스템을 써왔다. 궁금해하는 사람이 없을 뿐 모나지 않게 작동하는 뛰어난 시스템이다.
렉스턴 아레나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기존 렉스턴의 계보를 그대로 잇는 모델이다. 라인업 확장 모델이 아니라 대체 모델이다. 턴 시그널이 나름 괜찮은 동작을 보여준다. ‘ㄷ’자 방향지시등 사이에 들어가 있는 4구 램프도 돈이 꽤 들었을 거 같은 모양새다. 그릴은 더 커졌다. 겉에서 확인할 수 있는 변경은 그 정도다. 디테일은 터프가이 영역이 아니다. 대신 실내 공간은 매우 상냥하다. 대시보드는 가죽이지만, 그 아래 전면 페시아는 스웨이드 재질로 고급감을 살렸다. 변속 레버가 좀 촌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좋게 말해 클래식한 느낌이 듬뿍 느껴진다.
다시 쿨멘으로 돌아와, 소재 부분 말고는 큰 차이가 없다. 변속기 근처 물리적 버튼들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와 그 아래 공조 기능들을 작동할 수 있는 햅틱 반응 터치식 판넬이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다. 스티어링 휠 뒤편 커다란 올-디지털 계기판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주행 느낌이다. 쿨멘은 아직 이전 모델의 거친 느낌이 아직 남아 있다. 본성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개선은 많았다. 렉스턴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남아 있는 곳은 파워트레인 뿐이다. 2.2리터 디젤 엔진은 호감도가 떨어진다. 실제 일반도로에서는, 특히 고속에서는 조금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저속에서의 토크감도도 괜찮고 오프로드 코스에서는 제대로 된 실력을 분명히 발휘한다. 참고로 실내 소음은 꽤 많이 잡았다.
KG는 지난 9일부터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무리의 렉스턴 아레나, 쿨멘의 시승행사를 진행했다. 1박 2일 캠핑 컨셉이다. 거기다 정전 70주년을 기념한다며 ‘DMZ 익스트림 트레일’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였다. 1일차 춘천에서 달려 화천 평화의 댐에, 강행군으로 이어 달려 옛 전두환 전망대를 지나치는 약 16km 구간 오프로드까지 다녀왔다. 허름한 날 것 같은 텐트에서 재우더니 2일차에는 본격적으로 최전선으로 끌고 갔다.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가니 승차감을 걱정하게 됐다. 한참을 20인치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를 신고 왔으니 그럴만 하다. 이정도면 승차감을 평가하는 게 무의미하다. 그나마 아레나 모델로 갈아타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세팅의 차이는 확연하다. 짧은 시승행사에서 렉스턴 아레나와 쿨맨은 비록 터프했지만, 매일 보는 일상에서 이들은 분명 부드럽고 젠틀한 이미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