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SUV를 짐차로 취급했을 때는 세단의 위상이 차고 넘쳤다. 그중에서도 콰트로의 명성은 자자했다. 45˚ 각도의 스키 슬로프를 등판하는 광고 영상은 그야말로 드림카의 반열에 올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차라는 걸 말해줬다. 아우디는 브랜드는 BMW,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독일 프리미엄 3사라고 부른다.
다만, 아우디에 대한 우리 인식이 가벼워진 것은 한때의 방심 때문이었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에서 제조사들의 경쟁은 110m 허들 달리기와도 같다. 위기가 있을 때 가뿐히 넘어줄 수 있어야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어쩌다 한번 걸리면 따라잡기가 힘든 법. 그 장애물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다. 아우디는 신차 공백기가 조금 길었다.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이들이 많은데 쉴 틈이 없다. 한순간 시야에서 벗어나면 외면된다.
그래도 아우디 A6, A7만큼은 아직 건재하다. 여전히 인기가 대단한데, 왜 좋은지는 묻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다. 브랜드 국내 판매량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아우디 A6, 프리미엄 브랜드 내에서는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 중형 세단으로 꼽힌다. 운전을 즐겁게 해줄 가속과 안전을 더 생각하는 제동 성능, 편리한 이동을 도모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하차감이 돋보이는 세련된 디자인까지 어디 하나 빠지는 곳이 없다.
외관 디자인은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인다. ‘단순함이 최고’라는 아우디 철학이 잘 묻어나 있다. 캐릭터라인을 최소화했고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현대적 디자인 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습이다.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다. 기교는 크게 찾아볼 수 없다. 시스템 전반에 사용한 고딕 폰트처럼 딱 들어맞는 구조를 보여준다.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모델 라인업도 풍부하다. 가솔린, 디젤, 입맛에 맞게 고르면 된다. 40 TDI, 45 TDI 및 TFSI, 50 TDI가 있다. 복잡한 네이밍이지만, TDI는 디젤, TFSI는 가솔린, 숫자는 출력 세기 정도로만 알면 된다. 콰트로 유무가 갈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콰트로가 들어간 모델을 추천한다. 이번에 기자가 시승한 모델은 50 TDI 콰트로다. 가장 강력한 최상위 모델. 그만큼 가격도 세지만, 만족감도 커진다는 건 분명하다. 특히, 조명 맛집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상위 트림을 선택해야 한다.
평소에는 엔진음이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디젤 엔진이라는 걸 느낄 때는 시동을 걸 때밖에 없다. 꼭 한순간을 더 꼽자면, 강력한 토크를 뿜어낼 때다. 이 차는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는 62.3kg·m를 발휘한다. 아마 전기차, 고성능 브랜드를 제외하고 현존하는 세단 중에서는 가장 높은 토크를 가졌을 것으로 생각한다. 노멀 모드에서부터 운전이 시원시원하다. 부드러우면서 경쾌한 느낌이다. 가속감 세팅은 부드럽게 해놔 불편함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일상에서 이 정도 가속감이면 됐다. 그 이후로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 운전자를 돕는다. 차선 유지라던가, 정속주행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살짝 수동적인 모습에 의아해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전의 재미는 운전자에게 맡겨둬야 하는 법이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강력한 토크의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운전자 고개를 뒤로 젖히는 일은 없지만,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손에서 긴장이 묻어날 정도는 해준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운전자 의도를 좀 더 잘 파악한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가속을 뽑아낼 수 있다. 2t의 무게는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빠르게 멈춰서도 밀리는 느낌은 없다. 이 정도 제동에 아마 전기차라면 분명 무게감이 느껴졌을 터이다. 코너링도 마찬가지다. 핸들을 잡아 돌리면 가뿐하고 정확한 조향이 느껴진다. 내연기관 차의 ‘찐’ 매력이다. 전기차는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 안정적인 자세를 갖추지만, 아직 무게감을 상쇄하진 못한다. 운전자는 벌써 몸으로 이걸 느끼고 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