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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오프로드 폼생폼사? 다시 보니 올터레인 ‘지프독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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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오프로드 폼생폼사? 다시 보니 올터레인 ‘지프독존’

독보적 오프로드 능력, 편의·안정장비도 업그레이드 지속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3-08-21 18:15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짚(Jeep)차’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오프로드 차량을 대표하는 말로 굳었다. 보통 고유 명사는 발견하는 사람의 이름을 따거나 그 분야를 개척한 것에 특징을 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프는 그만큼 오래됐고 대단했다. 한국전쟁에서 처음 본 윌리스 MB는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시발(우리나라 첫 자동차)점을 찍었을 정도다. 참고로 당시 한반도에 상륙한 녀석은 ‘지프 윌리스 M38 A1’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 오프로드를 정의하는 기준은 달라졌다. 어딜 가도 아스팔트가 깔린 곳에서 오프로드 타이어는 엄청난 분진과 떨림, 그리고 귀가 먹먹해지는 소음을 쏟아낼 뿐이다. 이제는 오프로드만 특수 목적으로 하고 대중에게 팔리는 차는 거의 없다. 안전과 편의 도심과 아웃도어를 모두 아우르는 능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최첨단 디지털 계기판과 첨단 편의·안전장비들이 적용됐는데…, 그럼 옛 향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나마 시간과 적절한 타협을 한 것이 바로 지프 차다.

그렇다고 지프가 막무가내로 아날로그 감성을 구겨 넣고 있는 건 아니다. 체로키나 그랜드 체로키, 레니게이드, 왜고니어 같은 차들은 모두 각자만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 예를 들어 저가형 보급형 모델은 클래식한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썼고 플래그십 모델에는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가 포함된 유 커넥트 기능(Uconnect®) 내비게이션 시스템(8.4인치 모니터와 7인치 운전자 정보 디스플레이 구현)과 블루투스 및 음성인식 기능 등의 편의장비를 더 많이 탑재했다. 랭글러는 이 모두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을 유지하면서도 오프로드 기능들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아날로그틱 하다지만, 후방 카메라 등 기본적인 편의사양은 충분히 들어가 있다.

이번에 시승한 랭글러 루비콘 파워탑은 한 단계 진화한 멋을 잘 보여준다. 손재주가 좋은 조립광에게는 무의미한 기능일 수 있으나 그저 원할 때 마음껏 오픈에어를 즐기기만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운전석 머리맡에서 원터치 자동으로 열리는 루프탑 버튼을 발견할 수 있다. 구형 하드톱이라면 나사를 몇십 개나 풀어야 하고 소프트톱은 지퍼 방식으로 일일이 열어젖혀야 하는 일을 손쉽게 해결했다. 저속에서라면 차를 멈추지 않고도 20초만에 2열까지 루프탑이 개방할 수 있다. 다만, 도심과 고속도로르 달릴 때 풍절음과 노면 소음이 심한 편이다. 타이어는 오프로드 전용을 신겨놨다(휠 사이즈는 17인치지만, 트레드가(타이어 홈) 넓고 크다. 사이즈는 255/75(타이어 바닥면/측면 높이)나 된다). 터널에 들어가면 뒤쪽에 창문이 열려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하지만, 이런 단점은 일각에 불과하다. 지프의 오프로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모든 지형에서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차량에만 주어진다는 ‘트레일 레이티드(TRAIL RATED®)’ 배지를 달고 있는데, 실제 험로에서 트랙션과 도강능력은 독보적이다. 트루-락(Tru-Lok)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로 구현되는 오프로드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2.0ℓ 직분사 가솔린 타보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272마력, 40.8kg·m의 토크를 백분 활용하는데, 이런 강한 힘과 더불어 바위와의 충격에서 보호해주는 록-트레일 설계도 오프로드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파워트레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셀렉-트랙(Selec-Trac®) 4X4 시스템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어디든 있지만,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능력치를 끌어올린 건 랭글러(파생형 글레디에이터 포함)가 유일하다. 메인 드라이브 셀렉터가 있는 센터콘솔 앞 선택형 변속기 레버나, 직각으로 서 있는 센터페시아 아래쪽 스웨이바 온·오프 버튼까지, 조금의 과장도 없이 어떤 지형에 떨궈놔도 살아남을 거 같은 자신감을 제공한다. 이번 시승에서는 아니지만, 실제로 지프는 매년 이런 오프로드 기능을 자랑하기 위해 고객 참여 행사인 ‘지프 캠프’를 개최한다. 지프 고객이라면 적어도 한 해에 한 번 이상은 써볼 수 있는 기능이라는 뜻이다.

(오프로드 전용) 타이어 소음, (접이식을 위한 직물 지붕 탓에) 새어 들어오는 풍절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신하지만, 랭글러는 도심형 SUV가 아니다. 비교를 거부하는 게 맞다. 대가가 있었지만 대신, 어딜 가도 멋들어지는 외관과 바꿀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산세가 우거진 숲에서 간이 의자를 펴놓고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이런 여유가 잘 어울리는 차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단순히 SNS에 자랑거리가 될만한 사진 한 장 건지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삶에 여유가 포인트다. 만약 세컨카를 둘 여력이 있다면 지프 랭글러 파워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아닐까 싶다. 가격이 만만한 편은 아니지만, 기왕이면 4도어보다는 휠베이스가 짧아 운동성능이 높은 2도어 모델을 추천한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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