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국에 취임해 그룹 체질 개선을 목표로 뛰었다. 파격적인 신사업과 인류의 진보를 위해 변화하겠다는 뜻도 공고히 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성공적이다. 글로벌 판매 3위, 합산 연매출은 200조원을 넘었고 믹스 개선(라인업 구성 확대 및 재편성)을 통해 이익률까지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을 이뤄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상반기에 글로벌 시장 277만2082대를 판매했다. 토요타, 폭스바겐그룹,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판매 순위 5위였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은 365만7382대를 판매하며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와 GM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판매 실적으로 보더라도 선대 회장의 업적을 뛰어넘어 정의선 매직이 발현되는 순간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29조96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상반기 73조1141억원과 비교해 약 1.8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합산 연매출은 229조86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437억원에서 14조1076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률도 2.8%에서 10.9%로 급증했다. 핵심은 SUV와 프리미엄 제품군 중심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였다는 데 있다.
이런 실적의 배경으로 가장 주목할 것은 빠른 전동화 전환 대응과 제품 믹스 개선 두 가지로 압축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회사의 미래 방향성을 새롭게 결정짓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배터리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를 통해 아이오닉5의 경쟁력 있는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실용적인 공간까지 제공했다. 전기차 라인업 구축은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을 대변하고 고객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아이오닉5를 필두로 매년 전기차 1, 2종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E-GMP 기반으로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게 정 회장의 주문이었다. 이에 따른 과감한 투자도 있었다. 미국 조지아주와 울산에 전기차 전용 신공장을 짓기로 했고,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PBV(목적 기반 자동차) 전기차 전용 신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과 해외 주요 지역 합작 공장도 여기에 포함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정 회장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제네시스는 정 회장이 진두지휘해 만들어낸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랜드 출범 이후부터 시작해 지난 8월 제네시스는 100만 대 고지를 넘어섰다. 렉서스보다 수년이나 빠른 성과라고 평가받고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서 큰 역할을 했다.
정 회장은 이제 제조업을 넘어 이동 솔루션(모빌리티 사업) 제공 기업으로의 전환도 준비 중이다. 로보틱스 부문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주행 부문의 포티투닷 등이 그 핵심 전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