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가득했던 토요타 5세대 프리우스가 본격적인 국내 판매를 알렸다. 이번에는 차의 출시보다는 ‘부활’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토요타코리아는 이달 초 신형 프리우스를 출시하며 서울 양재에 있는 파이팩토리에서 미디어 대상 시승회를 열었다. 오랫동안 주홍글씨처럼 새겨졌던 ‘심심한 차’의 이미지를 벗었다는 걸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프리우스는 1997년 처음 탄생했다. 하이브리드 명가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말이다. 당시 업계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지는 않았다. 환경오염에 대한 심각성보다는 그저 연비를 조금 아낄 수 있는 정도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프리우스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할리우드 진출이다. 당시 유명 배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젊은 층은 환호했다. 특히, 도시의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뇌리에 가장 세게 박힌 영화가 바로 2016년작 ‘라라랜드’다. 엠마 스톤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 막 졸업한 여고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물론, 이때는 프리우스 3세대 모델이 나왔을 때다. 1세대와 2세대를 거치는 10년 동안은 인식 전환을 위한 힘든 과정을 겪었다. 픽업트럭을 타는 마초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던 차.
운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프리우스가 대단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 우물을 팠던 그 노력에 있다. 프리우스는 토요타 하이브리드 역사를 대변한다. 경쟁사들은 디젤에 환호하고 있을 때다. 한때 국내 미디어에서 주로 써먹었던 주제가 ‘디젤과 하이브리드 연비 대결’이다. 결과는 거의 막상막하. 하지만, 이제 디젤은 심각한 부상을 앉고 전선에서 물러서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다음 상대는 전기차다.
프리우스 4세대가 인기를 잃기 시작한 것도 전기차의 부흥이다. 문제는 느긋함이다. 전기차 전환을 위한 과도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근데, 지금은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며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프리우스도 새로운 시작을 알릴 때가 된 것이다.
이번 프리우스는 기존에 있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연비의 후퇴다.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차를 목표로 개발했다. 부족한 건 성능. 기존 1.8리터 가솔린 엔진을 2.0으로 끌어 올렸다. 전기 모터의 효율성도 이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
국내 시판한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 모델 두 가지 트림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뉜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4세대 모델보다 74마력이 높아져 최고출력 196마력을 뿜어낸다. 참고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4세대(프리우스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지만, 5세대로 넘어오며 차명을 통합했다)보다 무려 101마력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고작 2km/ℓ가 줄었을 뿐이다. 제원상 공인연비는 하이브리드 20.9km/ℓ(-1.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9.4km/ℓ(-2.0)를 기록한다.
역동성을 위한 노력은 파워트레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프리우스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꼽히는 디자인이다. 공력 성능을 극대화하는 유선형 디자인은 이전과 다른 바 없지만, 여기에 공간을 희생해서라도 더 날렵해야 한다는 의지가 녹아 들어갔다. 토요타가 설명하는 것은 차량의 가장 높은 곳인 루프 피크가 뒤쪽으로 좀 더 옮겨가며 앞쪽 윈드스크린의 기울기를 더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 A-필러가 확장됐고, 시트 포지션을 기존 보다 낮춰야 하는 강수를 둬야 했다. 일단 시트 포지션이 낮아지면 승하차에 불편함이 더해질 수 있고 A-필러가 길어지면 전방 시야를 조금 더 가린다는 단점이 생긴다. 시승에서는 확실히 이점을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변화가 미세해 불편하다는 것보다는 살짝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시 말해, 익숙해지면 괜찮을 정도라는 말이다.
차체가 낮아지니 더 스포티한 주행 느낌이다. 여기에 가속 페달을 꾹 하고 과감하게 밟으면 속도는 생각보다 운전자의 의도를 잘 따라온다. 제동도 느낌이 좋다. 설명이 길어지지만, 브레이킹은 토요타에서 기술적으로 신경 쓴 게 많다고 했다. 조향 각도도 꽤 직관적이다. 진작부터 이랬어야 했다. 작은 차에 흐물거리는 스티어링은 어울리지 않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좀 다르다. 전기 모터로 주행하니 전기차의 느낌이 묻어난다. 배터리 위치가 달라지며 무게 중심이 살짝 바뀐 것도 같은데 실제로 체감하기에는 살짝 약하다. 대신, 인상적인 건 토크감이다. 타 브랜드 전기차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근 나오는 혼다차들처럼 살짝 힘을 뺀 전기모터의 질감이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주행 느낌이 또 달라진다. 회생 제동 느낌도 불편함이 없다.
여전히 왼쪽 A-필러의 압박감이 살짝 있지만, 방향 전환 시 피사체를 낚아채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두 모델 모두 동일하다. 4세대 15인치의 휠이 19인치(상위 모델, 기본 17인치)로 커지면서 주행이 더 안정적이다. 그렇다고 승차감에 손해를 크게 본 것은 아니다. 딱딱한 아스팔트가 더 노골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동급 경쟁자들보다 꿀리는 건 없다. 다만, 뒷좌석 공간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앉은키가 좀 크다면 머리가 닿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좁은 실내 공간에도 불구하고 트렁크 공간이 몹쓸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골프백 두 개 정도는 들어갈 거 같고 꾹꾹 눌러 담는다면 유모차와 기내용 캐리어도 두 개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 거 같다. GT처럼 장거리 여행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쯤 되면 가격이 궁금해진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3990만원과 4370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4630만원과 4990만원이다. 심하게 마음을 끄는 쪽은 전기모드로만 6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쪽인데, 걸리는 건 보조금을 챙겨간 순수 전기차와의 비교다. 전기만 쓸 수 있는 같은 환경 조건이라면 유지비는 비슷하겠지만, 괜한 보조금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래도 만약 ‘엥꼬’의 스릴을 즐길 수 없다면, 운전의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