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싼타페의 성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 8월 5세대로 풀체인지 됐다. 일단 인상부터 다르다. 귀엽다가 날렵하다가 이제는 우락부락하게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엔 확실히 싼타페의 느낌이 사라졌다.
5세대 모델은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모습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MBTI가 IN에서 EN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적어도 디자이너의 의도는 그러했다. 지난해 8월 발표회장에서 만난 영국 출신 디자인 총책은 “싼타페의 실루엣이 특정 브랜드의 차를 닮은 것이 아니라 오프로드 차들은 대부분 이런 디자인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오프로드 차라면 모두가 각진 설계였다. 레트로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타임리스 디자인으로 아직 사랑받고 있는 레인지로버도 각지고 네모난 실루엣을 예부터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여기서 헤드램프의 디자인, 범퍼 모양, 휠아치의 쉐입 등을 바꾸면 새로운 차가 되는 셈이다.
실내 디자인도 매우 깔끔해졌다. 인테리어가 구린차들의 특징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고 나면 깔끔 떨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짙고 우중충한 회색 우레탄 위에 허연 먼지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먹다 남은 별다방 커피가 립스틱을 묻히고 컵홀더에 끼워져 있는, 그 사이로 꼬깃꼬깃한 영수증이 너덜대고 있는 어수선한 모습이 그려질 뿐이다.
이번 세대 싼타페의 인테리어에서 큰 장점은 차가 커진 것 이외, 깔끔한 실내공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납공간을 더 많이 마련했다는 것이다. 센터 콘솔 앞에는 플로팅 아일랜드처럼 선반이 마련됐다. 여기에 두 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올려놓고 무선충전할 수 있도록 했다.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도 물론 무선으로 된다. 아래쪽에는 파우치형 핸드백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고 12.3인치 X 2 일체형 커브드 디스플레이 바로 오른쪽에 수납함이 또 마련돼 있다.
디 올-뉴 싼타페의 또 하나의 특징은 레이아웃 구성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5인승과 7인승이 있다. 그리고 시승차는 6인승 모델로 2열이 캡틴 시트로 구성됐다. 짐칸으로만 쓰던 3열도 꽤 쓸만해 졌다. 아무리 봐도 적응이 쉽지 않은 후면 디자인은 실용성에서는 확실히 먹힌다. 전동 테일게이트를 열면 굴곡 없이 네모반듯한 입구로 부피가 있는 짐을 싣고 내리는 데도 확실히 편리한 면이 있다. 3열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건 독보적인 아빠차인 카니발을 위협하는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시승차는 2.5 가솔린 엔진 모델이다. 변속기는 DCT 8단. 최고출력은 281마력에 최대토크는 43.0kg·m를 발휘한다. 주행모드를 간간이 바꿔가면서 운전하면 나름 모는 재미도 볼 수 있다. 차체가 크면서도 의외로 무게는 1.8톤 정도로 많이 나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가벼운 느낌이랄까?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느낌은 부드럽다. 하지만, 저속에서도 토크감을 놓치지 않는다.
핸들링은 덩치에 맞춘 세팅이다. 너무 직관적이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다. 처음 타보더라도 이질감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아주 평범하게 맞췄다는 뜻이다. 쏠림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시트 포지션은 확실히 높은 편이라 전방 시야 확보에서는 확실히 이점이 있다. 승차감은 완전히 다르지만, 마치 트럭에 앉아 있는 설레는 기분이다.
시승차에는 이런저런 옵션들이 많이 들어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듀얼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캠2,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거의 풀옵션에 가까운 스펙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카니발보다는 싼 4000만원 초반대 가격을 어필한다. 게다가 차체가 커졌다고는 하지만, 주차장에서 헤매는 일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 와이프가 운전하기에도 부담 없다는 점은 상당한 장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