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급 인기의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연식변경을 이뤘다. 한 해가 지났다는 말. 그동안 국내외에서 정말 발군의 행보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대충 짐작이 된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의 핵심은 ‘빨간줄’이다. 그 빨간 줄을 살펴보기 위해 쉐보레 트랙스 레드라인(REDLINE) 모델을 시승해봤다.
한국지엠은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레드라인 모델을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했다. 2200만원의 깡통(LS 트림)과 2900만원 후반대(ACTIV, RS 트림)의 풀옵션 사이 빈틈을 메우는 전략적인 역할이다.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갓성비’를 구겨 집어넣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장단점들을 정리하기는 쉬웠다. 장점은 부드러운 주행감과 살짝 단단하면서 안정적인 승차감이다. 단점은 차 안에 앉아 눈에 보이는 것들이다. 인테리어는 다 좋은 데 아리송한 가격대라고 생각이 들게 끔 만드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하다는 걸 안다. 기자에게 느껴진 아쉬움은 실내 공간에 사용된 트림, 소재들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구성이 어떻게 바뀌든지 간에 쉐보레의 싼 티 나는 플라스틱 재질은 운전자를 매우 실용적인 미국 사람으로 만드는 느낌이다. 내구성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깔끔한 노후를 맞이한 쉐보레의 조상들은 많지 않았다. 색이 바래던가 쉽게 긁힘 자국이 난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세월이 흘러도 괜찮은 건 역시 가죽 계열밖에 없다. 이건 트림 모델 선택지에 상관없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거라 짐작한다. 물론 시트는 인조 가죽을 적용했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한 건 재활용 신소재라면 오히려 더 신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레드라인은 상위 모델에서 몇 가지 기능들이 빠졌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를 8인치 클러스터,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에 연동하기 위해서 유선 케이블이 필요하다. 무선 충전 시스템도 없다. 가격 대비 희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새로 적용됐다는 온스타 커넥티비티 기능의 부재도 아쉬워진다. 이 기능을 통해 사용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시동이나 도어 잠금, 경적 및 비상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이 기능도 ACTIV와 RS 트림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이걸 보완하는 몇 가지 포인트들은 있다. 말 그대로 빨간색 포인트로 스타일을 살렸다. 외관에서 그릴과 그릴바, 사이드 미러에 빨간색 포인트가 실렸다. 17인치 글로스 블랙 레드라인 알로이 휠 및 블랙 휠캡 등이 적용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확실히 밖에서는 스타일이 확 사는 느낌이다. 내부에서는 스티어링 휠 가운데 휠캡에 적용된 블랙 보타이 엠블럼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아쉬움을 달래는 또 하나의 장점은 주행감이다. 조향에서는 핸들의 직관성이 좋고 변속 충격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체는 조금은 단단한 느낌이라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거친 노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니니 작지만 큰 해치백을 타는 느낌이다. 앉은 자세와 눈높이도 180cm의 운전자에게까지 만족스럽다. SUV라 불리기 싫어하는 이유를 알 거 같다.
파워트레인은 1.2ℓ E-터보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조합이 돼 있는데, 최고출력은 139마력을 내며 최대토크는 22.4kg·m이다. 수입 모델과 비교되는 것이 푸조 408이다. 비슷한 배기량의 다운사이징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느낌이다. 변속기의 역할이 크게 느껴지는 데, 좀 더 매끄러운 가속이 느껴지는 건 408쪽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위해서 두 배가 넘는 가격을 감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