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디자인에 운전은 편안했다. 경쟁 차종 대비 공간이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토요타 하이랜더를 타본 소감이다.
하이랜더는 지난해 7월 국내 처음으로 소개됐다. 우리 소비자들이 이 차를 접할 기회는 없었다는 뜻이다. 2000년 글로벌 첫 탄생을 알린 하이랜더는 높은 가성비로 노동자 계급의 렉서스(프리미엄)이라고도 불렸고 1세대는 토요타 브랜드 최다 판매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이번 모델은 5세대다.
토요타코리아에서는 비어 있던 라인업인 대형 SUV 자리를 메우기 위해 데리고 왔다. 그동안 SUV는 라브4가 전담했지만, 7인승 및 3열 SUV에 대해서는 항상 갈증이 있었던 부분이다.
경쟁 모델로는 혼다의 파일럿이 가장 대표적으로 꼽힌다. 일본 차로서 크기도 가격도 성격도 모두 비슷하다. 현실적인 비교로 본다면 이 둘의 크기는 팰리세이드와 견줄 수 있다. 가격은 6000만원 중후반대로 제네시스 GV70과 맞춰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넉넉한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다. 디지털 계기판 + 메인 모니터 일체형 등이 적용된 최첨단 느낌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좋은 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서 넉넉하다는 것은 탑승 공간을 말한다. 요즘 이런 패밀리카의 핵심은 차박인데 공간 활용도에서는 미니밴 등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2열과 3열은 거의 완벽할 정도로 평탄화가 되지만 앉아서 4인 가족이 보드 게임을 할 정도로 실내 천장 공간이 여유롭진 않다. 다둥이 아빠에게는 카니발이 다시 상기되는 대목이다.
대신 승차감은 비교가 안 된다. 누가 타더라도 부드러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UV가 이렇게 부드러워도 되나 싶을 정도다. 소음 부분도 발군의 능력을 발휘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의 특징인 이질감(엔진이 개입할 때 상대적으로 소음이 크다)도 제법 잘 잡았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가속력이 인상적이다. 이번엔 시스템 업그레이드도 있었다고 한다. 2.5리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6마력를 발휘하며 23.6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덩치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부드러운 주행감에는 알맞은 세팅일 수도 있다. 여기에 무단변속기(CVT)까지 더해졌으니 부드러움은 그야말로 최고치다. 마치 운전석에 앉아서 쇼퍼드리븐을 즐기는 느낌이다.
하체가 단단하면서도 요철 등을 지날 때 불편함은 없다. 주행 중 안정감이 뛰어나며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해 주행의 편안함을 제공한다. 섀시의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게 업그레이드된 TNGA-K 플랫폼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이 섀시는 알파드, 크라운은 물론 렉서스의 대부분 모델에서도 적용되고 있으며, 거의 공통된 시승 느낌을 받았다. 최근 가장 인상 깊게 탔던 모델은 NX450이었다.
다만, 커브길에서는 조금 더 가볍고 날렵한 조향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쏠림이 심하다는 뜻이 아니라 조향의 예리함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가운데 콘솔박스가 앞쪽으로 나와 있어 스티어링휠을 크게 돌릴 때 팔꿈치가 살짝 걸리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 역시 차체 크기나 성향을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이 모두를 상쇄하는 것이 있다. 가장 어필이 되는 것은 연비다. 하이랜더는 복합연비 13.8km/L를 기록한다. 시승차는 20인치 타이어를 끼우고 사륜구동 시스템, 2톤의 무게까지 더해지는 데도 1박2일 시승 동안 게이지가 줄어드는 걸 제대로 보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