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프랑스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남들은 한 번 치르기도 힘든 범국제적 행사를 말이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프랑스가 유럽의 선진국인 건 사실이다. 그리고 자동차 강국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푸조, 시트로엥, DS, 르노, 부가티가 모두 프랑스 출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인기가 없다. 현지화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푸조 3008 SUV다. 프렌치 감성을 느끼기에는 이만한 차가 없다.
프렌치 감성은 푸조 차를 탈 때면 언제나 되새김질 되는 통과의례다. 편의 사양을 배제한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설계지만 사용자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은 없다. 강대국의 자존심 같은 건가 싶은데, 한편 부럽기도 한 게 사실이다. 현대차 기아도 긴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맴도는 푸조와 같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가끔 해본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다른 수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가장 최근에 나왔던 크로스오버 타입의 408은 최신 트렌드를 잘 따라 젊은 고객층의 니즈를 잘 파악해 반영했다. 하지만, 지금 시승하고 있는 3008 모델은 아직은 최신의 기교가 필요하다. 세대 변경이 이뤄질 때를 기다리는 게 상책이다. 지금은 아직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가치 평가는 모두가 다르다. 편의 장비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라면 3008은 목록에서 지우는 편이 낫다. 하지만, 패밀리를 위한 승차감과 운전자의 감성 드라이빙에 초점을 둔다면 4220만원에 시작하는 찻값은 제법 만족스러울 수 있다. 5인이 탑승할 수 있는 크지 않지만 넓고, 길지 않지만 민첩한 중형 사이즈의 이 SUV는 가면 갈수록 보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매력도 있다.
우선, 1.2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은 부족한 게 없다. 작지만 약하지 않다. 최고출력은 131마력을, 최대토크는 23.5kgm를 발휘한다. 중요한 것은 무게당 출력비다. 알뤼르 트림의 경우 공차 무게가 1470kg 밖에 나가질 않는다. 잠시 비교해본다면 캐스퍼보다는 400~500kg 무겁지만, 투싼보다 100~200kg이 가볍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주 민첩하게는 아니더라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제원상 수치를 자랑한다. 실제로도 불편함은 없다. BMW 차에 익숙했던 차주라면 체질을 바꿔야 하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방법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운전의 방식을 바꾼다면 3008 SUV 역시 X2에 못지 않은 능력을 발휘할테니까 말이다.
노멀 주행 모드에서는 끼워들기에 소심할지 몰라도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는 과감하게 대시해도 될만하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느낌은 다소 답답할 수는 있지만, 매우 신사적이다. 톡톡 튀는 느낌이 있지만, 그렇다고 과하진 않다. 하체는 단단하지만, 부드럽게 요철을 받아 넘기는 수준이다. 역시 승차감에 있어서 큰 소리를 칠만하다. 동급에서는 가장 부드러운 세팅을 갖춘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패밀리카로 쓰기에 뒷좌석도 트렁크 공간도 그렇게 넉넉하진 않지만 패키징 재주를 부려본다면 부족하지만도 않은 적재함이 마련된다. 뒷좌석 승차감은 앞좌석과는 달리 말랑말랑한 느낌을 전해줘 꽤 만족스러운 인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