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차는 포르쉐 파나메라4다. 시승차 리뷰 전 브랜드에 대해서 잠시 설명할 필요가 있을 거 같다. 어디에다 브랜드를 가져다 놔야 하는지. 포르쉐는 애초에 고급 스포츠카를 만들었다. 911이 대표적이고 이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수익성이 좋진 않았다. 그래서 엔트리급의 박스터를 만들어냈다. 박스터는 원래 차명이었지만, 지금은 바디 타입을 얘기한다. 그리고 고객 타깃층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내놓는다. 대표적인 게 SUV인 카이엔과 마칸, 전기차인 타이칸이다. 그리고 파나메라가 정점을 찍었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포르쉐 브랜드의 라인업이 빈약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포르쉐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 많은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일단 포르쉐코리아에는 여섯 종의 모델이 있다. 718, 911, 타이칸, 마칸, 카이엔, 그리고 파나메라다. 718의 또 다른 이름이 박스터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7~8000만원대였지만, 지금은 상품성을 높여 1억3000만원대가 됐다. 911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2인승 정통 스포츠카다. 타이칸은 새롭게 합류한 전기차고 마칸은 카이엔의 인기에 힘입어 개발된 콤팩트 SUV 모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르쉐 고객의 편안한 일상을 책임지기 위해 등장한 파나메라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여기서 파생 모델들이 수두룩하게 생긴다. 하이브리드, GTS, 터보 등을 비롯해 옵션질 대상이 많다.
디자인은 포르쉐 모델 대부분이 비슷하다. 단적으로 718과 911을 세워두고 일반인에게 구분하라고 하면 못한다. 둘의 크기 비교가 아니라면 카이엔과 마칸도 구분하기 힘들다. 물론 아직 카이엔의 신형이 나오지 않아 디자인적으로도 살짝 차이가 있지만, 이 역시 일반인이 알아보기 힘들다. 타이칸과 이번 파나메라도 마찬가지다. 그릴의 크기만 다를 뿐이지 구분하기 힘든 디자인이다. 워낙에 독특하고 반응이 좋은 디자인이라 브랜드로서는 포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각을 포르쉐의 팬으로 돌려보면 변화는 매우 뚜렷하고 크다. 이번 신형 파나메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변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만족스럽고 그만한 가치가 충분했다고 평가한다.
헤드램프는 최첨단을 담고 스마트한 스포트라이트를 활용한다. 일명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다. 6만4000개 이상의 픽셀이 내장돼 있다는 고품질 고기능성을 구현한다. 그래서인지 디자인도 트레이드마크인 둥근형을 버리고 살짝 각진 모습이 됐다. 전면 인상을 좌우하는 그릴은 낮고 넓게, 후드의 캐릭터 라인은 보닛 라인과 함께 더욱 뚜렷하게 강조됐다. 보닛은 길어졌고 오버행은 짧아졌다. 그러면서 실루엣은 더욱 역동적으로 변했다. 기능성보다는 세련됨이 돋보이는 사이드 에어 벤트, 그리고 후방에는 오리가미를 훌륭하게 시연한 리어 스포일러가 적용됐고 나이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실내는 거의 완벽하게 신형이다. 포르쉐도 대세의 물결을 타며 물리적 버튼들을 대부분 없앴다. 센터에 있던 용비늘같던 버튼들은 터치 감압식 버튼들로 바뀌었다. 버튼 하나가 아니라 화면 전체가 꾹꾹 눌러지는 게 신선한 느낌은 든다. 동반석 세 번째 디스플레이는 운전석에서 완벽하게 가려진다. 변속기 레버가 스티어링 휠 뒤편에 토글 스위치로 변경됐는데, 포르쉐의 이미지와는 살짝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시승차 파나메라4에 들어간 353마력 2.9리터 V6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은 터보렉을 거의 만들어내지 않는다. 엔진의 부드러움도 있지만, 8단 PDK 변속기는 자연스러운 가감속에도 훌륭한 면모를 뽐낸다. 사륜구동 시스템과 에어 서스펜션이 차량의 안정감과 승차감을 책임진다. 여기에 운전의 편의성을 더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까지 보태지면 앞뒤로 편안한 주행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