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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벤틀리 벤테이가 아주르, 3억원의 가치를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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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시승기] 벤틀리 벤테이가 아주르, 3억원의 가치를 증명하다

적절하고도 세련된 가속·제동력
태생의 한계에 부딪히는 승차감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4-08-31 09:05

벤틀리 벤테이가 아주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벤틀리 벤테이가 아주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날이면 날마다 찾아오는 흔한 일은 아니다. 기자에게 벤틀리 벤테이가 아주르 모델의 시승 기회가 생겼다. 제조사는 안전운전, 조심 운전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다른 제조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유독 벤틀리는 더 심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3억~4억원을 호가하는 이런 차를 타고 막 나가겠다고 객기를 부릴 수 있는 건 레이싱 선수들과 자동차 전문기자들밖에 없을 것이다.

자동차의 객관적인 리뷰는 항상 동급에서 비교를 해야 된다. 무조건 좋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고 실제 좋은 걸 좋다고 해도 이 차를 살 사람 중에 그 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로열티라는 것도 따라온다. 모두 알겠지만, 큰 이유가 없어도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걸 말한다. 주로 실망을 안겨주는 일밖에 없지만, 기자에게는 롯데 프로야구 팀이 그러하다. 뭔가 종속적인 것도 있고 말이다.

일단 주행 느낌은 돈값을 충분히 하는 것 같다. 매우 부드러운 가·감속 감이다. 여기에 다양하게 제공되는 주행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차체가 매우 인상적으로 가벼워진다. 겉에서 보던 덩치, 그리고 조금 전 느꼈던 컴포트 모드의 무게감은 완벽하게 사라진다. 차체는 거의 2.5톤에 가깝지만 체감하는 무게는 깃털처럼 가볍다. 역동적인 성능으로 가벼움을 가리를 것이 아니다. 바디는 똑같지만,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벗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뿐이다.

보닛 아래에는 4.0 V8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가 최고출력 550마력에 78.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가속성능이 4.5초에 달하는데, 가뿐한 무게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이다.

승차감에서는 의외인 부분이 많다. 에어 서스펜션이니 스태빌리티 컨트롤이니 뭐니 좋은 건 다 들어가지만, 기본적으로 SUV라고 하면 중력의 영향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 근데 왜 굳이 SUV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승차감도 매우 훌륭하다. 자세도 잘 잡아주고 있으며 하체에서 전달되는 노면 충격을 거의 완벽하게 걸러준다. 억지로 바로잡는 느낌이지만,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플라잉스퍼 만큼이나 승차감이 좋냐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뒷좌석이다. 차체가 높은 만큼 밴이나 버스를 탄 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벤틀리 밴테이가 인테리어 사진=벤틀리이미지 확대보기
벤틀리 밴테이가 인테리어 사진=벤틀리

본인이 운전하는 일이 많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아름답다. 차체가 생각보다 높다. 확 트인 전방 시야에 피칭 현상을 신경을 쓰는 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운전을 하면서도 눈길은 자꾸 대시보드 가운데 아날로그 시계에 꽂힌다. ‘저걸 브라이틀링으로 바꾼다면 2억원의 옵션 비용이 든다던데….’ 새삼스럽게 다시 느끼는 것이지만, 자동차는 아무리 좋아도 최대 2억원까지의 기술력를 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레이싱 머신과 하이퍼카는 제외. 엔진이 들어가든 배터리가 들어가든 기술력의 가치는 최대 2억원 정도이며, 여기에 명품 가죽이나 소재들이 들어가 가격을 높이는 것이다.

실내 공간은 그야말로 고급이다. 송풍구마다 붙어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푸시-풀 크롬 핸들부터 시작해 시트의 자수, 대시와 도어 트림에 적용된 카본들도 만족감은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우드 트림이 적용되겠지만, 시승차 아주르 모델은 카본을 특별히 적용한 모습이었다. 메인 화면은 여느 자동차들의 시승 때와 같았다. 애플 카 플레이를 연동해 지도를 띄우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지도는 스티어링 휠 뒤쪽 디지털 클러스터에 투영하지만, 쓸모가 없다는 것. 현지화 오류는 비싸든 싸든 똑같이 경제 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나마 아날로그 감성을 지키고 있는 명품 브랜드라 그런지 아직 물리적 버튼들은 여기저기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둘러서 기능 설정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사용 편의성에 있어서는 아직 클래식을 고집하는 편인데, 그것마저도 심리적인 안정감 등을 위한 의도된 포인트인지도 모르겠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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