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자동차의 개념을 넘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한 차량이 아닌, 특정 목적에 맞춰 최적화된 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다. 승용, 캠핑은 물론 자율주행, 커넥티드 서비스, 맞춤형 설계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모빌리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아는 지난해 CES 2024에서 ‘Platform Beyond Vehicle(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이라는 비전을 발표하며, PBV를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서비스와 연결된 스마트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물류, 배달, 이동식 사무실, 공유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의 PBV 전략의 시작은 2022년 출시된 니로 플러스에서다. 기존 니로 EV를 기반으로 전고를 높이고 실내 공간을 확장한 이 모델은 택시 및 라이드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 전용 모델로 개발돼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로 중형 전기 PBV를, 그리고 화물 운송, 택배, 배달, 모빌리티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춰 맞춤형 변형이 가능한 모듈형 설계를 채택했다. 이후 대형 PBV PV7과 소형 PBV PV1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2030년까지 PBV 연간 판매량 30만 대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걸 목표로 세웠다.
PBV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산업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최근 기아는 삼성전자와 협업하여 PBV와 삼성의 AI 기반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를 연동하는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하는 고객이 PBV를 운전할 경우, 차량에서 출근 루틴을 설정하면 매장 도착 전 조명이 켜지고 오븐이 가열되는 방식이다. 운전 중에도 매장의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매장 관리까지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PBV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PBV 전용 전기차 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건설 중이다. 이곳에서 연간 15만 대 이상의 PBV를 생산할 계획이며 향후 글로벌 PBV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PBV는 이동 수단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자율주행 및 공유 모빌리티, 스마트 물류 산업과 결합할 경우 기존 자동차 산업을 넘어 모빌리티 전반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