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메르세데스-벤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Charleston) 조립 공장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유럽 연합(EU)에서 수입되는 차량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부과한 25%의 관세를 우회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각) 액튜모터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2일부터 발효된 이 관세로 인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주요 유럽 브랜드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선제 미국 생산 전환으로 '승부수'
유럽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발 빠르게 미국 현지 생산 전략을 추진해 온 곳 중 하나는 독일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 메르세데스-벤츠이다.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미국 내 두 개의 주요 조립 공장을 운영하며, 새로운 무역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1997년부터 가동된 앨라배마 주 밴스(Vance) 공장은 현재 GLE SUV, G-클래스 럭셔리 오프로더, C-클래스 세단, R-클래스 크로스오버 등 북미 시장에서 인기 있는 다양한 모델의 최종 조립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에, 메르세데스의 이번 전환은 미국 생산 옵션 탐색을 시작한 다른 유럽 브랜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찰스턴 공장 확장, 미국 생산 능력 강화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 공장 외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Charleston)에 조립 공장을 운영하며 미국 내 생산 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찰스턴 공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확장되어 왔다. 이는 마치 회사가 현재의 무역 문제 현실화를 미리 예측이라도 한 듯한 행보로 해석된다. 찰스턴 공장은 주로 북미 시장에 독점적으로 판매되는 메트리스(Metris) 및 스프린터(Sprinter) 밴과 같은 상용차를 주로 생산한다. 최근 미국 도로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밴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이는 수년 전부터 시작된 전략적인 생산 변화의 결과이다.
전기차 시대 대비, 추가 투자로 미래 '정조준'
메르세데스-벤츠의 미국 생산 확대는 단순한 관세 회피를 넘어,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최근 앨라배마 주 빕(Bibb) 카운티에 새로운 배터리 제조 시설을 개설하며, 미국 시장을 위한 전기 자동차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메르세데스가 단순히 관세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차세대 차량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배터리 생산을 현지화함으로써 메르세데스는 EV 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완성차는 물론 핵심 부품에 대한 수입 관세 부담까지 줄일 수 있게 된다.
메르세데스-벤츠만이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 다른 주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들 역시 미국 내 제조 거점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25%에 달하는 높은 관세 장벽으로는 유럽에서 생산된 많은 모델을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 더 이상 경제성이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BMW 공장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스파턴버그(Spartanburg) 공장의 추가 확장이 예상되며, 폭스바겐 역시 테네시 주 채터누가(Chattanooga) 공장을 활용하여 이전에 유럽에서 생산되던 더 많은 모델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위해 고군분투 예상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이 새로운 무역 환경에 적응해 나감에 따라, 미국 자동차 구매자들은 미국 내 생산을 위해 모델이 수정되면서 차량의 가용성, 가격, 심지어 디자인에서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럭셔리 자동차 부문은 브랜드들이 새로운 경제적 제약 속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세 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관세가 유럽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도록 압박하는 데 이미 성공했으며, 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