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의 '병든 명품' 마세라티를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14일(현지시각) 모터1이 보도했다.
현재 이탈리아 고급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상황은 '적자'라는 단어로는 부족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판매량은 57%나 급감하며 1만1300대 판매에 그쳤고, 2025년 들어서도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의 판매량은 이미 2024년 동기 대비 48%나 더 하락하며 암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은 마세라티에게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할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브랜드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였던 미국에서 마세라티는 단 한 대의 차량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하게 돌아가자, 모기업인 스텔란티스는 특히 관세의 여파와 관련하여 우려스러운 현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를 고용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로이터 통신은 최근 마세라티의 새로운 수장인 산토 피실리(Santo Ficili)의 말을 인용하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마세라티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이탈리아 금속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Uilm 노동조합의 서한에도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이탈리아 노동자, 그리고 마세라티를 포함한 모든 브랜드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한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알파 로메오까지 총괄하게 된 피실리 사장은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마세라티의 전략적 시장"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가 차량을 선호하는 부유층 고객들이 반드시 전기 자동차(EV)에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마세라티의 고민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마세라티는 고객들이 전기 MC20에 대한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해당 모델의 개발 계획을 중단하는 고육지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마세라티 측은 "슈퍼 스포츠카 부문, 특히 MC20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장 조사 결과, F1 기술을 통합한 강력한 ICE 엔진인 네투노 V-6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았으며, 가까운 미래에 BEV로 전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상업적 관심 부족이라는 판단 하에 MC20 BEV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세라티는 단순한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다"
2024년 말 갑작스럽게 사임하기 전 스텔란티스의 전 CEO였던 카를로스 타바레스(Carlos Tavares)는 마세라티의 문제는 차량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형편없는 마케팅과 명확한 브랜드 포지셔닝 부재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마세라티는 단순한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다. 그란 투리스모, 삶의 질, 돌체 비타, 그리고 기술에 관한 브랜드"라고 강조하며 마케팅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물론 스텔란티스 내부에서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 있었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지난해 당시 CFO였던 나탈리 나이트(Natalie Knight)는 "미래에 마세라티에게 가장 적합한 '집'이 어디인지 살펴보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스텔란티스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모데나에 기반을 둔 마세라티 브랜드가 그룹에 남을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매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피실리 사장, 알파 로메오와 합병 가능성 일축
하지만 현재까지 스텔란티스는 마세라티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피실리 사장은 알파 로메오와의 합병 가능성 역시 일축하며, 알파 로메오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반면 마세라티는 '럭셔리' 브랜드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공유 등 더 긴밀한 협력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완전한 '배지 엔지니어링(badge engineering, 동일 차종에 다른 브랜드 로고를 붙여 판매하는 방식)'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은 불가피해 보인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2021년에 아바르트(Abarth), DS 오토모빌(DS Automobiles), 란시아(Lancia), 크라이슬러(Chrysler) 등 14개 브랜드를 최소 10년 동안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그룹은 타바레스 전 CEO를 대신할 새로운 CEO를 물색하고 있으며, 발표는 올해 상반기 중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