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의 상징과도 같은 로터리 엔진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일본의 이 자동차 제조업체가 또 다른 흥미로운 미래 전략을 조심스럽게 내비치며 전 세계 '줌줌(Zoom-Zoom)' 팬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고 있다. 줌줌(Zoom-Zoom)은 2000년부터 마쓰다가 밀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로 자사 자동차에 담긴 두근거리는 감정을 의미한다.
모두가 마쓰다의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 출시를 시간문제로 여기는 상황에서, 마쓰다가 재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또 다른 뜨거운 격전지가 있다. 바로 경쟁이 치열한 픽업트럭 시장이다. 카버즈는 20일(현지시각) 마쓰다가 픽업트럭 시장 복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20년 '도요 코르크 공업'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931년 삼륜차 '마쓰다-고'를 생산하며 자동차 산업에 첫 발을 내딛은 마쓰다는, 1960년 5월 첫 공식 승용차인 '마쓰다 R360' 출시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마쓰다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쓰다'라는 브랜드명은 1984년에 공식 채택되었다. 특히 마쓰다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 역사를 자랑하며, 왕복 엔진이 아닌 로터리 엔진을 탑재한 차량으로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우승한 유일한 제조업체라는 특별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문 매체 'Car and Driver'와 인터뷰에서 마쓰다 CEO 마사히로 모로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그는 마쓰다가 파트너사로부터 소형 픽업트럭 개발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며, 픽업트럭 시장 복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드러냈다. 물론 모로 CEO는 마쓰다가 현재 픽업트럭을 위한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 또한 인지하고 있다. 마쓰다가 미국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픽업트럭을 판매했던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판매되었던 B-시리즈 트럭은 마쓰다의 배지를 단 포드 레인저 픽업트럭에 불과했다. 15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모로 CEO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협력 전략을 활용할 의향을 내비쳤다.
모로 CEO는 "다른 OEM 업체들과 협력해서라도 픽업트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픽업트럭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이다. 픽업트럭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전체 업계 점유율은 절반에 불과하다. 지금이 미래 포트폴리오를 구상할 적기다"라며 픽업트럭 시장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사실 마쓰다가 픽업트럭 시장에서 완전히 발을 뗀 것은 아니다. 호주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포드 레인저, 토요타 하이럭스, 이스즈 D-맥스와 경쟁하는 중형 픽업트럭 '마쓰다 BT-50'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스즈 D-맥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된 BT-50은 디자인 면에서 일부 마쓰다의 특징을 찾아볼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이스즈의 DNA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모델이다.
만약 마쓰다가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진지하게 복귀를 고려한다면, 현지 생산은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현재 미국 정부의 수입품 관세를 피하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미국 자동차 산업을 괴롭혀 온 악명 높은 '치킨세'을 회피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대자동차가 제너럴 모터스(GM)와 협력하여 미국 시장에 자체 브랜드의 픽업트럭을 출시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자동차 '치킨세(Chicken Tax)"는 관세 제도를 지칭하는 말로, 미국이 수입산 소형 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산 닭고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이 이에 대응하여 자국으로 수입되는 소형 트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흥미로운 점은 모로 CEO의 관심이 소형 픽업트럭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스포츠 세단 시장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내며, 비록 세단 시장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모로 CEO는 "정말 멋진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이미 아이디어도 있다. 6기통 엔진을 탑재할 수도 있지만, 시장성이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다"라며 스포츠 세단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까지 언급했다.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마쓰다가 차세대 CX-5에 새롭게 개발한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라는 소식은 마쓰다의 미래 포트폴리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스카이액티브-Z 가솔린 엔진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할 것으로 기대되며, 4기통 엔진 출시 이후 직렬 6기통 엔진 버전까지 출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 매력적인 스포츠 세단, 그리고 픽업트럭 시장 복귀까지 염두에 둔 마쓰다의 미래 전략은 '줌줌' 팬들에게 설렘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