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정의선의 제네시스, 7년 누적판매 70만대 눈앞

인간 중심의 새로운 브랜드를 지향하며 지난 2015년 첫 론칭
약 7년만에 70만대 목표 코앞...다양한 모델과 공격적인 마케팅 주효
정의선 회장의 기아에 이른 제2의 디자인 경영 성공...현대차와 차별화
제네시스 단독 매장과 현대차와 공유하는 인프라 등은 약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위해 렉서스처럼 법인을 분리해야

기사입력 : 2022-04-15 10:38

  • 인쇄
  • 폰트 크기 작게
  • 폰트 크기 크게
공유 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구글플러스 공유하기


제네시스 뉴욕 하우스 모습.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 뉴욕 하우스 모습. 사진=제네시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7년 만에 누적판매 70만대를 앞에 두고 있다. 제품 라인업 확장과 디자인 경영 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전략이 시장에 통한 것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만을 경험할 수 있는 전용 매장과 딜러망의 부족, 그리고 현대차와 공유하는 인프라 등은 약점으로 꼽힌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브랜드가 출범한 지난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7년 동안 제네시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68만184대를 기록했다. 월평균 1만5000여대가 판매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달 판매량을 더하면 누적 70만대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새로운 디자인과 공격적인 제품 확장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에서 성장이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역대 같은 기간 중 가장 많은 1만1723대가 판매되며 작년 동기 대비 42.6% 늘었다.

가파른 성장에는 정 회장의 디자인 경영과 공격적인 제품 라인업 확장이 주효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디자인을 가장 첫 무기로 꺼내 들었다. 그는 지난 2015년 루크 동커볼케를 현대차그룹 크리에이티브 최고책임자(CCO)로 임명했다. 그는 합류한 이후, G90을 비롯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G80 등을 디자인했다.

루크 동커볼케 영입은 지난 2005년 기아 사장을 맡아 다음 해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한 정 회장의 선택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06년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기아에 합류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그릴로 상징되는 K-시리즈 세단의 패밀리룩을 완성해냈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월드 카 어워즈 주최측이 발표하는 2022년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으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제네시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이 월드 카 어워즈 주최측이 발표하는 2022년 세계 올해의 자동차인으로 최종 선정됐다. 사진=제네시스


디자인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달성했다.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X)'는 독일 노르트하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한 '2021 레드닷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모빌리티·수송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순수 전기차 GV60는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이다.

제품라인업 확장도 큰 공을 세웠다. 출범 당시 판매되는 모델은 과거 '제네시스'라 불렸던 현 G80뿐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에쿠스의 후속 모델인 EQ900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모델로 편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새롭게 개발된 모델이 아닌 기존 현대차 에쿠스의 이름만 바꾼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중형 세단, 대형 SUV, 스포츠형 쿠페 등의 새로운 모델 개발에 힘을 쏟았다. 2017년에는 G70, 2020년에는 GV80, GV70가 시장에 나왔다. 친환경 차도 연이어 출시됐다. G80 전동화 모델, GV60, 최근에는 GV70 전기차를 출시했다. 불과 7년 동안 제품 라인업이 총 8종까지 늘어난 것이다.

렉서스와 비교했을 때도 빠르다. 이들은 지난 1989년 출범 당시 LS와 ES를, 1991년에는 GS와 SC를 그리고 LX를 1995년이 돼서야 시장에 출시했다. 같은 기간 5종밖에 라인업 확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제네시스 출범을 선언했다. 사진=제네시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제네시스 출범을 선언했다. 사진=제네시스


고객 접점 공간 확장과 독립법인 검토해야


해외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영향력은 아직 미비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들은 고객 접점 공간 확대와 독립법인이라는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제네시스만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단독 매장은 고객에게 대중 브랜드 현대차와는 다른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고객 접점 공간이 부족하다. 국내를 살펴보면 서울에는 강남, 수도권에는 하남, 수지, 안성 총 3곳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현대차 매장에서 제네시스를 보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미국에는 뉴욕 맨해튼에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과 루이지애나주 제네시스 오브 라파예트가 있다. 캐나다에는 제네시스 런던, 미시소거, 모터 캐나다 등 총 7곳의 단독 매장이 존재한다. 호주에는 시드니, 멜버른, 맥쿼리파크에 위치하며, 유럽은 뮌헨과 영국 런던, 스위스 취리히 총 3곳에 자리한다. 국내 시장뿐만 아닌 해외에서 제네시스만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이 부족하다.

제네시스만을 체험할 수 있는 제네시스 수지 매장 외관 모습. 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만을 체험할 수 있는 제네시스 수지 매장 외관 모습. 사진=제네시스


또한 이들은 현대차와 법인을 독립해야 한다. 이유는 충분하다. 과거 토요타가 렉서스를, 닛산이 인피니티를 독립법인으로 운영을 해나간 점과 현재 제네시스가 해외 시장에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상품성, 그리고 안전성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잘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독립법인이라는 무기로 프리미엄 브랜드로써 한 발짝 더 올라서야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제네시스가 현대차로부터 브랜드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필요한 전시장, 정비망 등을 새롭게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 간의 마찰도 예상된다.

장형성 신한대학교 기계자동차융합공학과 교수는 "제네시스는 현재 고급화 전략의 일환의 확장으로 현대차로부터 완전한 분리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네시스는 판매량도 어느 정도 올라왔고, 충돌 테스트, 품질, 디자인 등에서 연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여기에 독립법인 통해 새로운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김정희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