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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유탄 맞은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해결사' 될까

2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과 공영운 사장 미국 출장길
정 회장 취임 이후 8차례나 미국 방문할 만큼 신경써

기사입력 : 2022-08-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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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 기아 양재사옥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 담당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최근 미국에서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행보다. 최근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위협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던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미국 출장을 기점으로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전날(23일)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뉴욕으로 출발했다. 국내외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이 동행했다.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29km 늘린 2023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배터리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29km 늘린 2023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미국 인플레이션 법...한국차는 0대


이번 정의선 회장과 공영운 사장의 미국 출장길은 최근 미국이 시행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조립되고, 배터리 자재 혹은 부품을 미국·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한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보조금을 세액 공제 형태로 지급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시행되는 법안으로 인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코나EV, 제네시스 GV60, EV6, 니로EV 등 5개 전기차 모델은 물론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까지 모두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통 큰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를 투입해 전기차 전용 생산 거점을 만들고,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인공지능(AI) 등에 50억달러를 추가해 총 105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에 감사하다"며 "8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및 사업자들의 경제적 기회 등이 기대된다"고 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생산법인(HMMA) 전경. 사진=현대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현대차 생산법인(HMMA) 전경. 사진=현대차


법 시행 전까지 현대차 승승장구 중


미국이 IRA를 시행하기 전까지 현대차그룹은 북미시장에서 순항 중이었다.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주요 매체가 진행하는 상을 모조리 받으며 상품성까지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의 지난 상반기 순이익은 1조3838억원, 기아 미국 판매법인의 순이익은 1조128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3170억원보다 336.5% 증가했다. 기아 미국법인도 전년 동기 6457억원보다 74.8% 증가했다.

판매량도 성장세였다. 올 1~7월 미국에서 전년 대비 73.1% 증가한 3만948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전년 대비 176.2% 증가한 1만8328대를, 기아가 471.6% 늘어난 2만1156대를 판매했다. 이중 아이오닉 5와 EV6가 각각 1만5670대, EV6가 1만4284대를 차지한다.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 사진=뉴시스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 사진=뉴시스


2년간 미국 출장 8번...공든탑 무너지나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14일 취임한 이후 미국 시장에 큰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21년에는 공식 일정만으로 네 차례나 미국을 방문하는 등 현지 점검과 신규 투자처 물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올해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참여했으며, 2월에는 미국을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또 4월에 열린 뉴욕오토쇼 참석하면서 북미시장을 직접 챙겼다.

그러나, 불과 몇 달 사이 달라진 미국의 태도에 현대차와 기아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정의선 회장과 공영운 사장의 미국 출장도 이의 연장선이다. 정 회장은 미국의 정·재계 인사를 만나 IRA 관련 논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최근 이뤄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조기 착공을 둘러볼 것으로도 점쳐진다.

지난 22일에는 팻 윌슨 미국 조지아주 경제개발부 장관이 정의선 회장을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주요 임원들과 만났다.

그리고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로 약속했던 전기차 전용공장의 완공 시점도 앞당기기로 했다. 애초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 및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조기 착공이 실현되면 공장 완공 및 양산 시점은 2025년 상반기보다 6개월 빠른 2024년 하반기가 된다.

현대차는 또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앨라배마 공장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 시기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려던 EV9 등을 조기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기업이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직접 나서 접촉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IRA이 공화당 상원의원 전원 반대표를 던진 점과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지아주에 짓는 전용 전기차 공장의 이른 착공은 물론이고 노동조합과의 합의를 통해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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