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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잘생긴 푸조 구원투수 408, 피칭 실력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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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잘생긴 푸조 구원투수 408, 피칭 실력도 괜찮을까?

1.2 퓨어테크 엔진으로 최고출력 131마력 발휘
4690만원에 성능도 가격도 무난, 디자인은 강점

기사입력 : 2023-06-2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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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408 GT 사진=푸조
푸조 408 GT 사진=푸조
주행 성능은 무난하다. 그래도 고작 1.2 배기량으로 이 정도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단지 동급에 부피가 있는 엔진들보다 낫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럼 성공한 셈 아닌가? 몸값은 역시 애매모호 하다. 4290만원, 4690만원. 비싼 건 아닌 거 같은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정도다. 푸조는 결국 이 선수를 영입했다. 등번호 408번의 구원투수를 경기에 전격 투입. 얼마 전 국산 팀 4번 신형 아반떼가 타석에 올라섰다. 2스트라이크에 3볼, 408도 이제 절실하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허점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408은 국내 시장 수입차-리그에서 부진한 푸조 팀의 성적을 끌어올려 줄 히든카드다. 한때는 208 컨버터블로, 또 한때는 효율적인 디젤 엔진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동안 시장 변화는 컸다. 내로라하는 피아트, 닛산, 크라이슬러, 여러 대륙에서 넘어온 원정팀들이 나가떨어졌다. 개성으로 똘똘 뭉친 푸조는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금은 스텔란티스라는 새로운 구단주를 만나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 시작이 지금부터다.

푸조 408은 멋이 반이다. 디자인은 정말 잘 뺐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치더라도, 아직은 희소성이 짙으니 408쪽으로 편파중계를 할 수밖에 없다. 세단에서 크로스오버로 벌크업 한 몸매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라이온 형상의 전면부 인상만큼은 이미 시합을 압도하고 있다. 사자의 송곳니 모양을 그려냈다는 DRL(세로형 주간주행등)은 은근하게 카리스마를 풍기며 여심까지 사로잡았다(의외로 여성 고객들이 좋아한다는 후문).

살짝 높은 지상고는 피칭 실력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타고 내릴 때는 큰 이점이 있다. 낮은 전고에 날렵하게 빠진 후방 패스트백 스타일은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오히려 뒷좌석 올라앉을 때 머리가 살짝 닿으니 조금 신경이 쓰인다. 잘생긴 뒤통수에는 캣츠이어라는 독특한 리어 스포일러가 적용됐다. 그냥 모양으로 만들었거니 했지만, 공기저항을 낮춰주는 것은 물론 뒷좌석 머리 공간을 확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취약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진짜 선수의 아이패치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푸조 408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푸조 408 인테리어 사진=스텔란티스코리아

408에는 내공도 잔뜩 실렸다. 그동안 갈고닦은 아이콕핏(i-Cockpit,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운전자 통합 제어 시스템)은 한층 개선됐다. 역시 투자가 있어야 모양이 사는 법이다. 불과 몇년 전 모델과 비교해보더라도 장족의 발전이다. 콤팩트한 D컷 스티어링 휠 뒤편으로 VR을 연상케 하는 계기판이 펼쳐진다. 정보들은 모두 입체적으로 보인다. 계기판도 위아래 폭을 좁게 해 전방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필요 없다. 멋스러우면서도 들어갈 건 다 들어갔다.

메인 터치식 디스플레이도 애플 카플레이를 깔끔하게 띄워주니 별다른 포수 사인은 필요하지 않다. 변속기 레버도 독특하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오른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제법 큰 토클 스위치를 뒀다. 믿을 수 없지만 정말 변속기다. 손가락 하나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 빈도가 적은데, 실용성은 사실 모르겠고 일단 이것 역시 한 멋 살리는 데 제 몫을 했다.

구질(가속감)은 조금 거칠다. 아직 새 차라 질이 안 들어서일 수도 있지만, 스로틀 반응이 매끄럽지 못하다. 변속 충격도 조금 느껴지는 편이다. 요즘 자동 변속기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옛날 스타일이다. 극복은 된다. 많이 몰고 다니면서 정제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다만, 운전의 재미를 좀 보겠다고 한다면 스티어링 휠 뒤편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사용하면 된다. 주행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세 가지로 제공되지만 큰 차이는 없다. 역시 엔진음만 거칠어진다. 하체는 팀의 다른 선수들보다 단단한 편이다. 마운드를 부여잡는 안정감은 더했지만, 승차감은 살짝 거칠어졌다. 코너에서 몸을 비틀 때도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다. 살짝 키를 높인 것치고는 세단의 장점을 잘 살렸다. 조향 역시 제법 정확한 편이다. 제동력도 믿을 만하다. 실내 공간 소음은 동급 평균이다.

자동차 업계 K-리그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쟁쟁한 대항마들이 너무 많다. 앞서 언급했던 아반떼는 정말 불감생심(不敢生心), 허점이라고는 희소성밖에 없다. 하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408은 경쟁력이 있다. 국산차를 제외하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 나머지는 디자인이 모든 걸 포괄한다. 최대 1611리터까지 확장된다는 트렁크 실용성, 3등급 연비 등은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ADAS라는 변화구를 강화하려면 GT 모델로 선택해야 하는데, 하이빔을 자동으로 컨트롤하는 풀 LED 헤드라이트도 여기 포함된 능력이다.

이제 던질 마음의 준비는 끝났다. 관람객에게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일만 남았다. 절실하게 필요한 건 백업을 위한 외야수들이다.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 버전이면 더욱 좋겠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