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별들의 전쟁’, 수입차 브랜드 한국인 CEO들 중간 평가

여성 CEO 임현기 대표부터 최연소 CEO 함종성 대표까지
국내 자동차 업계 K-트랜드 열풍 한국인 CEO들이 이끈다

기사입력 : 2023-07-05 07:44 (최종수정 2023-07-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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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사진=뉴시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사진=뉴시스
수입차 시장이 위축돼 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회사는 살아남기 위해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다. 이 시점에서 수입차 CEO들의 중간 역량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수입차 업계는 대부분 외국인 CEO들이 국내 법인을 책임지고 있지만, 아직 한국인 CEO들도 적잖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볼보와 혼다, 폴스타와 아우디의 수장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 살펴봤다.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아우디코리아의 임현기 대표는 부임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6월 폭스바겐그룹코리아의 부름을 받고 중국에서 날아와 새롭게 아우디 브랜드를 맡게 됐다. 1년 남짓한 기간으로 중간 평가는 이른 감이 있지만, 부임 당시에는 브랜드 최초의 여성 CEO라는 타이틀로 이목을 끈 바 있다. 흔치 않은 경우라 착각할 수도 있지만, 업계는 이미 여성 CEO를 배출한 바 있다. 20년 전 PAG코리아에서 볼보자동차코리아를 담당했던 이향림 대표다.

임 사장이 합류하기 전인 2021년 아우디코리아는 2만5615대 판매했다. 부임 시기와 맞춘다면 임기 동안인 지난 5월까지 11개월 2만3124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6월부터 한해 판매는 2만5135대를 기록했으니 얼추 비슷한 수준으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는 시점에 현상유지는 긍정적 신호다.

임 사장은 그동안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 확장, 스포츠 마케팅, 신모델 출시 등을 추진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임기 초기에는 아우디의 미래 모빌리티와 비전을 담은 ‘아우디 어반스피어 콘셉트’를 소개하기 위해 ‘하우스 오브 프로그레스’라는 전시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우디는 스피어 컨셉트 시리즈를 중심으로 전동화 시대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만큼 한국시장에서 임 사장은 앞으로 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이윤모 대표는 한참 물이 올랐다. 글로벌 볼보자동차 본사에서도 짐 로완 CEO가 방한해 전략을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윤모 대표는 이미 자동차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94년 대우자동차(한국지엠 전신) 경영기획실에서부터 시작해 2002년 BMW코리아 딜러 개발 매니저로 일하다 애프터 세일즈 상무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러다 2014년 7월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자리에 올랐다. 볼보차 브랜드가 중국 길리 자동차에 넘어간 것이 2011년이니 그가 합류한 이후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한 수치다. 미디어 간담회가 있는 자리 항상 그가 강조하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실적이다. 볼보차코리아는 지난 10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놓친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볼보차코리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1만4431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4.1%가 감소했다. 패인은 글로벌 부품 공급망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이 가장 유력하게 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계에 부딪힌 볼보차코리아의 전동화 전략을 지적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볼보차 라인업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탑재한 모델 5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3종, 순수전기차 2종이다. 내연기관으로 볼 수 있는 MHEV 모델은 충분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은 높은 가격으로 인기가 없는 편이며, 전기 차종은 현재 보조금 정책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현재 C40, XC40 리차지는 수입 전기차 중에서도 최저 수준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글로벌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마케팅을 이어왔지만, 전동화 전환은 볼보차코리아에게 시기상조라는 것.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EX90, EX30 등이 들어온다면 지금의 좋은 흐름이 끊길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


혼다는 신파(억지스러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어찌 보면 풍요 속 빈곤이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자동차 부문은 위기를 맞이하게 됐지만, 코로나19로 모터사이클 부문은 급성장을 이뤘다. 배달용 바이크에서부터 이제는 패션 아이템이 되는 레트로 바이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자동차 부문은 역대 최악이다. 지난 한 해 혼다코리아는 4종의 모델로 3140대를 판매했다. 순위로는 10위권 밖이다. 올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라인업이 더 줄어든데다가 토요타의 공격적인 행보로 판매량은 바닥으로 떨어져 고작 462대를 기록했다. 신차는 올 뉴 CR-V 하나. 하반기에 신형 어코드를 출시 예정이지만, 시장 분위기는 크지 않은 기대다. 북미형 모델이 곧바로 들어와 시장 니즈를 맞춰주지 못하는 데다가 판매망을 전면 개편 온라인으로 전환한데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부문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혼다코리아는 당기 매출로 3216억원을 찍었지만, 약 두 배의 매출을 기록한 볼보차코리아와는 당기순이익이 25억원 수준으로 비슷하다.

혼다코리아를 이끄는 이지홍 대표는 지난 2019년 6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2년 혼다에 입사해 10년만에 사업관리부 이사까지 오른 인물이다. 혼다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으로 한 기업에서 근무한 사골 혼다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누구보다 혼다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함종성 폴스타코리아 대표

신규 브랜드인 폴스타코리아에도 한국인 함종성 대표가 있다. 2021년 취임한 함 대표는 1982년생으로 수입차 업계 최연소 한국인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09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를 시작으로 자동차 업계 발을 들였으며, 2014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2016년 볼보차코리아에 입사해 이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폴스타는 볼보의 전기차 부문으로 떼어내 분사한 기업이다. 볼보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국내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법인은 다르지만, 제품은 공통된 부분이 많다. 특히, 한국 내 판매 모델은 300억을 들여 개발했다는 T-맵 내비게이션을 공유하고 있다. 별도의 법인, 별도의 브랜드로 추진하기를 원하는 본사 측의 요구로 이 대표가 함 대표를 폴스타코리아 자리에 추천했다는 후문도 있다.

볼보차의 인기를 등에 업은 폴스타의 초반 스타트는 괜찮았다. 젊은 기업인인 만큼 MZ세대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 집중하기도 했다. 제품 역시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시하면서 주목받았다. 폴스타 2 모델로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실적은 2794대, 곧 테슬라도 따라잡을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올해 판매 실적(지난 5월까지)은 고작 306대로 곤두박질쳤다. 전기차 전용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볼보 전기차 판매량(C40·XC40 리차지 합 429대)보다 적었다. 폴스타코리아는 불리한 국내 보조금 정책을 비롯해 볼보차와 분리 법인을 갖추게 된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분석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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