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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구독, 좋아요’, “꼭 눌러주세요~”

선택적으로 여러 가지 골라 타는 자동차부터
필요한 기능만 골라 쓰는 구독 서비스 대세 조짐

기사입력 : 2023-07-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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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9에 적용돼 있는 전면 시그널 램프가 설정 하나로 디자인을 바꾼 모습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EV9에 적용돼 있는 전면 시그널 램프가 설정 하나로 디자인을 바꾼 모습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미래차 최종 목적지로 자율주행차를 꼽는다. 한편으로는 자가용이 없어지는, 모두가 모빌리티를 공유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완성차 기업들도 다방면으로 모빌리티 공유 모델을 구상 중이다. 아직 소비자들 인식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게 걸림돌이긴 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사들이 부가사업으로 ‘구독’을 내세우며 발을 들이고 있지만, 충분한 사업성을 띠고 있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여러 가지 돌파구를 물색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계획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나가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새로운 구독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자동차 회사의 부가사업 형태는 여러 가지로 개발되고 있다. 공유차 개념인 ‘자동차 구독’이 가장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차종을 원하는 대로 골라 탄다던가 일정 부품이나 기능을 구독하는 방식을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현대차그룹에서도 모빌리티 구독 프로그램을 내놨다.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 제네시스는 ‘스펙트럼’, 기아는 ‘플렉스’라는 이름이다. 현대 셀렉션의 경우는 서울과 부산, 제주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시범사업에 이어 2020년 정식으로 론칭한 현대 셀렉션은 2021년 말 기준 1만3000명 회원 돌파, 지금까지 약 3만6000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다. ‘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렌터카와 다른 바 없는 방식인 데다가 한정된 지역에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구매 전 장기 시승을 원한다거나 다양한 차종을 타보고 싶은 자동차 마니아이거나 단기간 차가 필요한 비즈니스맨이다. 구독하지만 동시에 구독을 끊게 되는 구독자도 많다는 뜻이다.

지난 5일 기아는 ‘전기차 배터리 구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4년 하반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론은 크게 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안 좋은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BMW코리아가 시트 열선 기능을 ‘구독’ 상품으로 내놓겠다고 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은 실제로 지불 형태만 달라질 뿐 따로 떼어놓은 할부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배터리 전용 보험을 적용해 고장 발생 시 운영비를 경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수기로 치자면 기기는 헐값에 사고 필터는 렌탈하라는 것과 같다. 관리 차원에서 일시불로 차량을 구매한다면 소비자에게 득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장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듯 제조사들이 모두 ‘구독’ 서비스에 집중한다면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핵심 사업 전략에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개념이 기반이 된다. 자동차는 이제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된다. 그리고 이 개념이 구독 경제를 떠받칠 초석이 될 수 있다.

최근 출시한 EV9에서 제공하는 FoD(Feature of Demand)를 통해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EV9 고객은 OTA(Over-The-Air,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에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원하는 기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EV9에 적용된 전면 시그널 램프가 대표적인 사업 초기 모델이다. 고객이 이 기능을 구독하면 마음대로 전면 시그널을 바꿀 수 있다.

시장은 SDV 방향으로 이끌려 가는 양상이다. 테슬라, 폭스바겐 등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으며, 콘티넨탈, 보쉬, 현대모비스 등 굴지의 부품 업체들도 시장의 중요성을 받아들이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얼마 전 SDV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모델을 선보였으며, 이 역시 구독 서비스를 포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디스플레이 구독 방식이다. 고객이 원하면 설치해 리스 방식으로 요금을 내는 것이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요금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 이런 구독 서비스가 많아지면 ‘통합 구독 서비스 패키지’도 나올 수 있다. 앞으로는 고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