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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타이탄 BMW·벤츠, CEO 2인자들의 진격

‘청출어람’ 필요한 BMW코리아, ‘왕좌’ 지키기 위한 벤츠의 몸부림

기사입력 : 2023-07-14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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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윤 BMW그룹코리아 사장(왼쪽),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사진=각사
한상윤 BMW그룹코리아 사장(왼쪽),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 사진=각사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수입차 신화를 써 내려왔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짧은 시간에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CEO(최고경영자) 덕분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시장 점유율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벤츠 판매량은 8만974대, BMW는 7만8545대였는데, 내수에서 가장 많이 판매했던 KG모빌리티의 내수 판매량 6만8666대를 가뿐하게 제쳤다. 두 브랜드의 판매량을 합하면 제네시스를 따라잡을 정도다. 그 비결로 시장 분석이 매우 정확했고 독일 명차의 특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어필한 것이 유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에 있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다.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리더는 이제 없다. 앞으로 그들의 후임이 이끌 두 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 성공의 연속이 될지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019년부터 BMW그룹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한상윤 대표는 짊어진 어깨가 매우 무겁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BMW코리아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매출액은 약 5조7894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448억2734억원, 당기 순이익은 950억2672만원에 달한다. 한 대표가 이끌었던 지난해 BMW코리아의 파이낸셜 기준이다.

하지만, 이런 한 대표의 뒤에는 김효준 고문(전 BMW코리아 대표이사 회장)의 영향력이 존재한다. 김 고문은 20년간 BMW코리아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며 브랜드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만들었다. 차량 화재 관련 이슈로 2019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양성했다고 일컫는 한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고문이 재직시절 이뤄낸 업적은 BMW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충분한 이유를 제시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에서 철수하려는 BMW를 붙잡아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코오롱그룹과의 우호 관계, 전 세계 3번째 BMW드라이빙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수성한 기록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

한 대표는 사브코리아와 한국지엠을 거쳐 2003년 BMW에 합류했다. 김 고문과도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입사 이후 미니(MINI) 브랜드 마케팅과 BMW 세일즈 마케팅 및 영업 총괄을 맡아왔다.

무엇보다 한 대표가 사장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김 고문의 의지가 크게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입차라고 하더라도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해서는 내정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2~3년 파견돼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사장은 장기적 관점을 지니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BMW코리아는 아쉽게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놓쳤다. 11월까지 선두에 있었으나 막판에 벤츠코리아에 추월당했다. 올해도 양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BMW가 벤츠를 앞지르며 1위를 탈환했다. 이 기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가 벤츠를 완전히 따돌리는게 한 대표의 목표다.

벤츠코리아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그동안 잦은 CEO 교체가 있었다. 최근까지 토마스 클라인 사장이 회사를 이끌었는데, 2년 반의 임기 동안 럭셔리·전동화 모델 판매량을 8배까지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 본사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전동화가 이뤄지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공석까지 만들면서까지 발령을 냈다는 것은 왠지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클라인 사장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벤츠코리아를 이끌었다. 그가 오기 전에도 벤츠코리아 CEO는 공석이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벤츠코리아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 체재로 움직였다. 실라키스 사장은 2019년 배출가스 조작 혐의로 불명예 퇴진을 했고, 벤츠는 뵨 하우버 스웨덴 및 덴마크 사장을 후임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하우버 사장은 일신을 핑계로 한국 시장을 외면했고, 김지섭 벤츠코리아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그리고 클라임 사장이 온 것이다.

5년의 임기 동안 실라키스 사장의 업적은 대단했다. 벤츠코리아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으로 꼽힌다. 부임한 다음 해인 2016년 렉서스에도 밀렸던 벤츠 브랜드를 수입차 1위 자리에 올렸다. 7년 연속 왕좌를 차지하고 있던 BMW를 꺾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그의 업적으로 기억되고 있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던 그는 서울시로부터 명예시민에 임명될 정도였고, 2018년에는 수입차협회 부회장의 자리까지도 차지했다.

클라인 사장은 실라키스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고 취임했으나 2021년 7만6152대에서 2022년 8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선전했다. 전기차와 럭셔리차 판매가 8배 이상 늘었다는 것은 수익성도 그만큼 크게 달성했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능력을 입증하기에는 2년 반의 임기는 너무 짧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클라인 사장의 후임으로는 본사 메르세데스 미의 디지털 서비스 및 이커머스 부문 총괄인 마티아스 바이틀이 선임됐다. 오는 9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두 달 남짓의 CEO 공백기는 스테판 알브레히트 벤츠코리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한다.

마티아스 바이틀 신임 대표는 독일 본사, 중국, 체코 등 여러 국가에서 디지털 서비스, 세일즈, 고객 서비스 및 네트워크 개발 등 다양한 부문을 거친 자동차 분야 전문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는 독일 본사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의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모바일 경험 확장을 이끈 바 있다. 벤츠코리아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지 두고 보면 알 일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