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시승기] 진정한 패밀리 SUV라면 혼다 파일럿처럼

얼핏 보기엔 무난, 자세히 보면 개성 넘치는 성격
주행감은 물렁물렁해도 불편하지만은 않은 승차감

기사입력 : 2024-01-17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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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올 뉴 파일럿. 사진=혼다코리아
우리는 혼다에 대해, 혼다 파일럿에 대해 몇 가지를 오해하고 있다. 우선, 파일럿은 이번 세대 변경으로 디자인 변화가 컸지만, 파워트레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미 훌륭한 엔진을 얹고 있었기 때문이다. 풀사이즈 SUV만큼이나 차가 커 보여 운전이 불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나름대로 합리적인 길이의 휠베이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한 불편한 진실도 있다. 미국 판매 모델을 가져오면서 환율 영향으로 다소 비싸다는 인식이 박혔다. 맞다. 한국에 판매되는 혼다차는 모두 일본차가 아니라 미국차다. 브랜드 역시 아주 미국스러운 미국차다.

여러 가지 이유로 파일럿을 다시 한번 더 시승하게 됐다. 지난해 가을 이후 두 번째다. 새삼스레 느끼는 것은 차는 탈 때마다 장단점이 하나둘씩 새롭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시승에서 찾은 장점은 공간 활용성이다. 급하게 진행했던 첫 시승에서는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부분. 탈착식의 시트와 그들의 배열 구조, 넘치는 공간 등이 아빠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미 나이가 들어버린 터라 DNA가 바뀐 걸 몰랐다. 헤비메탈을 들으며 오픈에어링을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걸 말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 합승한 동반자들, 그들의 안락에 더 신경이 쓰이니 그 나름대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여기에 딱 맞는 차가 혼다 파일럿이다. 기본적으로 2+3+3으로 8인승 정원 실내 레이아웃에 공간 활용성도 매우 특별하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열이 2개 혹은 3개 좌석으로 변경된다는 것. 2열의 가운데 좌석을 떼어내 트렁크 아랫부분에 넣어둘 수 있다. 모든 좌석에 컵홀더 2개씩은 기본이며 무릎, 머리, 발 쪽 공간이 모두 넉넉하다. 어디에 앉든지 간에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3열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180㎝가 조금 못 되는 어른의 키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있었다. USB 포트도 기본으로 제공되며 앞좌석과 뒷좌석을 연결해주는 캐빈토크, 캐빈와치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물론 시장에 '아빠 차'들은 많다. 대안이 없다는 카니발이 대표적이다. 가성비(?)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하지만 미니밴 타입은 어쩐지 마음이 가질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 디자인이 문제다. 디자인에서 혼다는 새로운 세대를 맞이했다. 파일럿 역시 어코드, CR-V 등과 같은 기조의 패밀리 룩을 따르고 있다. 차체 실루엣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좀 더 각지고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할 수 있는 느낌이다. 헤드램프는 수평으로 날렵한 모습이고 LED 램프가 들어갔다. 후면에는 검은색 바탕에 ‘PILOT’ 레터링이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 차체가 커지니 20인치 휠도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파워트레인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존 모델은 3.5 V6 자연흡기 SOHC 가솔린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반면, 이번 모델은 3.5 V6 자연흡기 DOHC 가솔린 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를 매칭했다. 사륜구동은 기본이다.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가져온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제원상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서다. 기존 모델의 경우 연비가 8.4㎞를 기록했으며 최고출력은 5마력 상승(289hp) 그리고 토크는 같다(36.2㎏·m). 하지만 실제로는 차체 길이 85㎜, 높이 10㎜, 휠베이스가 70㎜ 늘어났고 무게도 165㎏이 늘어났으니 이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다. 퍼포먼스는 이 차급에서 가장 적절한 수치에 맞춘 셈이다.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올 뉴 파일럿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실제로 운전할 때 늘어난 무게감을 느낄 수 없다. 가속감도 제동감도 모두 포함한 설명이다. 의외인 것은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인데, 적절한 무게 배분과 넓어진 타이어 사이즈가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스펜션은 기존 맥퍼슨(앞), 멀티링크(뒤)를 사용하고 있다. 물렁물렁한 특유의 옛 미국차 느낌의 승차감은 뒷좌석에서도 이어진다. 그렇다고 한없이 출렁이며 멀미를 유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분 좋고 부드러운 물렁함이다. 과속 방지턱을 넘는 재주를 본다면 오히려 큰 함선을 타고 순항한다는 느낌에 가깝다. 이 역시 패밀리카로서는 빠질 수 없이, 어쩌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편의 장비도 갖출 건 다 갖췄다. 안전에 대해서는 IIHS 톱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을 받으며 미국 소비자들 입맛에 맞췄다. 오해의 클라이맥스는 가격이다. 같은 네이밍을 달고 있는 차가 2년 새 1000만원 정도 인상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지프, 포드, 쉐보레(국산 제외) 차들은 팬데믹 이후 환율 영향으로 모두 비싸졌다. 난감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그들 속내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이지만 미국차의 특성을 가진 차는 보기 드물다. 두 가지 성향을 고루 잘 갖췄다는 의미다. 토요타와 닛산과도 또 다르다. 혼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보물 같은 개성을 찾는다면 가격은 둘째 문제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