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시승기] 미니밴의 진정한 맛, 혼다 오딧세이

운전하기 편하고 실용성 넘치는 실내 공간까지
연비는 부담스럽지만, 안락한 주행감으로 상쇄

기사입력 : 2023-08-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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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뉴 오딧세이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뉴 오딧세이 사진=혼다코리아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맨>이라는 영화가 있다. 가족=행복=성공이라는 이상한 공식의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필수는 아니지만, 여기에 필요한 것이 미니밴 일 듯.

볼품은 없지만, 미니밴의 매력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카니발이 판매왕을 거머쥔 이유고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고 다시 찾는 이유가 분명 숨어 있다.

미니밴은 역동성이 가미된 SUV보다 전반적으로 안락하다. 승하차 편의성은 그야말로 최고다. 가족이 타는 차니 당연하다. 운전석보다는 뒷좌석 승차감에 더 초점을 둬 개발했고, 오프로드를 위한 키높이보다, 넓은 전방 시야 확보에 더 신경을 썼다. 시트 배열이 자유롭고 지상고가 낮으니 공간도 더 높게 뺄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아이들이 차 안을 돌아다니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이번에 시승한 혼다 오딧세이는 미니밴 중에서도 특출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선, 몇 안 되는 단점부터 꼽아볼 필요가 있다. 가장 걸리는 부분은 부담스러운 연비다. 10단 자동변속기와 V형 6기통 3.5ℓ 배기량 엔진으로 최고출력 284마력, 36.2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 엔진으로 말하자면 효율성이 좋다는 SOHC(싱글 오버 헤드 캠샤프트) i-VTEC(가변밸브) 기술이 적용된 엔진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2t 무게의 차체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연비는 복합 9km/ℓ에 불과하다. 도심과 외곽을 고루 다녀본 바 엇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 가솔린 미니밴이라면 당연한 수치일 수 있지만, 경쟁 차종이 이 문제를 극복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아쉽게 느껴지게 됐다. 물론 대가는 충분하다. 새로 나온 토요타 시에라 하이브리드는 오딧세이보다 약 1000만원 가량이 더 비싸다. 대충 연비 5km/ℓ 절약에 상응하는 금액이다. 이걸 상쇄하려면 한 3만km는 더 달려야 한다는 계산인데, 어쩌다 보니 단점이 장점으로 비치게 된 대목이다.

혼다 뉴 오딧세이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혼다 뉴 오딧세이 인테리어 사진=혼다코리아

운전은 좀 더 쉬운 편이다. 보닛이 낮고 짧은 편이라 차체 크기에 눌리는 압박이 크지 않다. 회전 반경이 코앞에서 보이니 휘어진 좁은 주차장을 빠져나갈 때도 전면 주차할 때도 좀 더 수월하다. 시트 포지션까지 낮은 건 아니니 마치 캡포워드 방식의 소형 트럭을 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승차감만큼은 이들과 비교할 수 없다. 커다란 차체에도 불구하고 요철을 넘을 때의 능력이 특출나며 노면 소음, 풍절음 등을 걸러주는 능력도 탁월하다.

가속 느낌은 마치 추가 동력원이라도 붙여놓은 듯 부드럽고 변속도 매우 매끈하게 이뤄진다. 울컥거림이 없으니 동반석 아내도 뒷좌석 아이들도 피로가 덜하다는 걸 표정으로 알 수 있다. 출력도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하다. 큰 차가 아니라 그럭저럭한 크기의 세단을 탄 느낌. 비교를 하자면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중형 세단의 토크감과도 비슷하다. 짐을 많이 싣고 오르막길을 올라도 힘겨워하는 게 없었고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도 움직임은 제법 쾌활했다.

미니밴에 어울리는 안전·편의 사양도 대거 적용돼 있다. 특히, 유용하게 잘 사용한 기능은 보기 쉬운 후방 카메라와 차선 유지, 차간과 정차까지 지원하는 크루즈 컨트롤, 그리고 아이들이 앉아 있는 2, 3열을 연결해주는 캐빈 토크(Cabin Talk), 캐빈 와치(Cabin Watch) 기능이다. 더불어 하차 시 뒷좌석 아이들을 잊은 게 아닌지 알려주는 기능도 마음에 쏙 들었다.

툴레 루프탑 텐트를 설치한 혼다 뉴 오딧세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툴레 루프탑 텐트를 설치한 혼다 뉴 오딧세이 사진=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시승차에는 툴레(THULE)의 루프탑 텐트가 설치돼 있었다. 애초 캠핑 생각은 없었지만, 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본 김에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다. 3열까지 다 펼친 상태에서도 트렁크 공간이 꽤 나왔다. 크게 넓지는 않지만, 움푹 들어간 바닥 덕에 짐을 많이 넣었다. 장거리가 특기인 미국차라 그런지 꾸불꾸불한 국도건 지겨운 고속도로건 운전이 편안하다. 2열 천장에서 내려오는 화면에 만화영화라도 틀어주면 “이제 다왔어”라고 찡얼대는 아이들의 재촉도 줄어든다. 가족이 모두 행복해하니 패밀리맨도 행복하다. 요즘 차 가격도 많이 올랐는데, 비싸게 느껴졌던 6050만원의 오딧세이가 이제는 좀 새롭게 보인다. 지적했던 연비 부분은 루프탑 영향을 받았다는 걸 깜빡했다. 등에 업은 게 없다면 실연비는 조금 더 나아질지도 모르겠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