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스

전기차 시대, 소형차 두고 글로벌 시장 눈치전 시작

유럽 및 미국 등 서양 문화권 소형차 선택지 줄어...높은 배터리 가격이 원인
중국을 필두로 아시아 경차 경쟁력 상승...저렴한 소형 전기차 생산 능력이 핵심

기사입력 : 2023-10-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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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e-업! 사진=폭스바겐
폭스바겐 e-업! 사진=폭스바겐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차(경차 포함)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전동화 전환 시점에 설 자리를 잃은 분위기다. 소형차 역시 전동화 물결을 타야 하지만, 비싼 배터리 탓에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다. 현재 상황은 시장마다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데, 크게는 서양과 동양의 움직임으로 대세는 중국 쪽이 가져가고 있다.

24일 한 미국 자동차 전문지는 소형차의 글로벌 시장 현황에 대해서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비싼 배터리 때문에 소형차 세그먼트의 입지가 지속해서 약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은 분명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재구성하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차량의 설계부터 기술 개발, 그리고 고객과의 상호 작용 방식까지 모두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일부 국가와 제조사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다만, SUV와 프리미엄 차량은 비교적 새로운 동력원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반면, 소형 차량과 같은 다른 세그먼트는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가격의 문제가 따른다.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생산 비용에 배터리는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럭셔리와 프리미엄 차량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럭셔리 차 구매자들은 이미 높은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있지만, 저렴한 소형 차량과 경차를 찾는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현상이 지속할수록 소형차 시장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만으로 볼 때 2023년 상반기에는 유럽에서 A 및 B 세그먼트(경차 및 소형차)로 18개 차종이 판매됐다. 한편 중국에서는 34개 차종으로 유럽의 두 배에 달하는 소형 전기차 선택지가 제공됐다. 미국에서는 쉐보레 볼트 EV와 미니 일렉트릭 고작 두 가지 소형 전기차만이 시장에 나왔다. 이러한 수치는 소형 내연기관 차의 숫자와도 크게 대조된다.

업계는 소형 자동차의 미래를 두 가지 양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핵심은 유럽에서 생산되는 소형 자동차들은 제조사가 배터리 비용을 낮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은 자동차 생산 비용이 높은 편으로 수익이 적은 세그먼트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정부의 보급 정책은 제조사들로부터 하여금 소형 자동차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유럽 외부로 생산을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또 다른 시각은 유럽 제조사들에게 더욱 깐깐한 규제가 적용됨에 따라 중국이 이 틈을 메우기에 적절한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중앙 정부의 적극적인 헌신과 경쟁력 있는 노동력이 따라준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중국의 소형 차량은 평균적으로 비-중국 소형 차량보다 58% 저렴하다. 이는 글로벌 소형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경차와 소형차는 제조 비용이 줄어들거나 중국 자동차의 유럽 지역으로의 유입을 제한하는 규제가 시행되지 않는 한 어두운 전망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또는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소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략적으로 본다면 소형 자동차 세그먼트를 완전히 포기하고 중국 기업에 역할을 전가할 수도 있다. 이미 일부 서양 브랜드는 중국 내에서 공장을 투자하고 중국 시장과 해외 시장을 위해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직 소형 A 및 B 세그먼트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 지난해 유럽에서의 소형차 판매량은 승용차 전체의 23%를 차지했다. 인도에서는 51%, 아시아태평양 지역(한국 포함)에서는 28%, 아프리카에서는 38%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판매량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세그먼트로 여겨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서양의 완성차 제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