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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투싼 4세대 F/L…단단한 주행감·확 바뀐 내부 인테리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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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투싼 4세대 F/L…단단한 주행감·확 바뀐 내부 인테리어 '눈길'

조금 더 강인해진 외관, 인테리어는 변화의 핵심
잘 다듬어진 하체로 인정하게 된 편안한 주행감

기사입력 : 2024-01-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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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투싼 4세대 페이스리프트. 사진=정원준 모터피디 기자
현대 투싼 4세대 페이스리프트. 사진=정원준 모터피디 기자
현대차의 대표 주력 차종 투싼의 4세대 페이스리프트를 탔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4세대 모델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터라 궁금했다.

고백하자면 기자는 현대차·기아의 차들과 그렇게 친하지 못하다. ‘폼생폼사’를 따라 부르던 세대라 그런지 중고라도 수입차를 타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지금의 ‘풀옵’을 건 자존심과도 같다고 할까? “반일감정에 휩싸여 불매운동은 불사할지언정, 자동차는 이상하게 ‘국뽕’이 잘 안 나오더라” 뭐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그게 아니라면 차가 너무 잘 팔려 괜스레 심술이 나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현대차가 이제 차를 잘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최근 신형으로 나온 코나를 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주행 성능까지 닮았다. 하체의 느낌은 20여 년 전 나온 택시를 타고 그 승차감에 몰입해본 사람이라면, 싸구려 감성의 물렁물렁함이 어떤 것인지 알 것이다. 지금 4세대 투싼에서는 SUV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하체는 단단하다. 조향 직관성도, 고속 안정성도 제법 발군이다. 브레이킹 실력도 나쁘지 않다. 이런 출중한 모습을 보이니 반가울 수밖에. 전설 속에 알려져 있던 ‘총알택시’가 사라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실제로 총알택시는 존재했다. 속도가 빨라서가 아니라 무서워서다.)

그렇다고 유럽 차들처럼 완전히 하드한 하체 느낌은 아니다. 타협은 좀 있었다. 휠과 타이어에 대한 영향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승차감은 개선된 서스펜션이 크게 작용한다. 자칭 전문가라면 더러운 땅바닥에 엎드리는 것을 마다 않고, 툭하면 (차를) 들어 올려 하체를 뜯어 보는 이유다. 이번 투싼 F/L에는 기존 4세대 모델과 마찬가지로 뒤쪽에 멀티링크, 그리고 앞쪽에 맥퍼슨 스트럿이 적용됐다. 기술적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바퀴를 잡아주는 팔이 한 개냐, 두 개냐 그리고 얼마나 구조적으로 비틀림 강성이 좋으냐는 문제와 직결된다.

현대차의 하체 느낌은 대체로 일관적이다. 출렁이는 게 익숙한 사람들도 있지만, 과거의 그 출렁임은 쇼크 업소버가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서스펜션은 일종의 젓가락 다리와도 같다. 어떻게 이어 붙이느냐에 따라 탑승자를 안전하게 지지해줄 수 있냐는 것. 투싼의 서스펜션 구성은 역사 깊은 자동차 회사들 벤치마킹이 잘되어 있다. 이 시대 준중형 SUV가 갖춰야 할 표본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직접 체감하고 구매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거 같다. 구매 결정에 있어서는 사전 시승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마케팅은 그걸 잘 안다. 그리고 그걸 또 현대차·기아가 잘한다. 보기 좋고 먹기 좋은 떡을 내놓는다. 확 달라졌다는 내부 인테리어는 탑승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제격이다. 최근 변해가는 일체형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에서 ‘커브드’라는 말을 하나 더 붙였다. 이러면 톡톡 튀는 개성이 된다. 하지만 소수에 속하는 기자는 개인적으로 오픈 트레이가 더 마음에 들었다.

투싼 인테리어. 사진=현대자동차
투싼 인테리어. 사진=현대자동차

시스템 구성은 옹골지다. 시인성도 좋고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이나 차량 기능들을 보기 쉽게 해놓으니 아쉬울 것 하나 없다. 물론 익숙하지 않아서 쓰지 못하는 건 예외 사항이다. 주로 사용하는 버튼들의 노출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아직 그런 숫기가 없는 운전자들이 많으니 없애는 것이 옳다. 네모 각진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마음에 안 들지만, 인테리어 구성과 기능적으로는 잘했음을 인정해야 할 거 같다. 혼커버에 엠블럼이 빠져 오히려 세련됐다는 것. 구태를 벗겨낸 깔끔한 모습이다.

말 많던 버튼식 드라이브 시프트는 칼럼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DCT 7단 변속기는 아직 입에 오르내린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크게 불편함이 없다. 변속 충격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응의 문제를 뒤로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최고 출력 180마력, 27.0㎏·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직렬 4기통 1598cc 배기량 엔진을 깨운다. 수치적으로만 본다면 특이점 없는 그냥 그런 평범한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1.5~1.6t(톤) 무게를 가뿐하게 끌지만 그렇다고 펄펄 날아다닐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 가격대에 이 차의 구매 고객층의 성향에서 뭔가 극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남들보다 ‘싸게’ 쌌다고 자랑할 수 있을 법한 자랑거리다.

이번 투싼은 가격이 소폭 올랐다. 2771만원의 깡통은 초장부터 약 200만원 인상의 밑밥을 깔고 간다. 외면받고 있는 디젤 판매는 한 해 더 연장했고 가격도 200만원가량 더 내렸다. 다만,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은 약 300만~400만원을 인상했다. 여러 가지 편의, 안전 사양을 기본으로 적용했으니 합리적인 가격 인상이라는 점도 회사에서 빼놓지 않는 설명이다.

이번 투싼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시스템 구성이다.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가고자 하는 현대의 의지가 엿보이는 듯하다. 현대차에서 준중형 SUV 세그먼트를 담당하고 투싼의 국산 경쟁차는 기아의 스포티지, KG모빌리티의 코란도나 토레스, 르노코리아의 QM6밖에 없다. 이들 순위도 예외를 만들지 않는다. 매일매일 출퇴근길 조금만 신경 쓴다면 어떤 차가 눈에 제일 자주 띄는 줄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육동윤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